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의 버드수정법에 대한 교역국들의 무역보복조치를 승인한데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위원회가 미국이 캐나다의 연질목재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해 미국의 강경한 통상정책이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나프타 위원회는 1일 "미국의 연질목재 산업이 캐나다로부터의 수입물량에 의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으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캐나다 기업에 부과하고 있는 27.2%의 고율관세를 철폐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나프타 위원회는 "ITC는 캐나다의 미국에 대한 목재수출이 미국 생산자들에게 불공정한 무역을 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으며 ITC는 나프타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002년3월부터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연질목재에 대해 27% 이상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2002년의 경우 미국 전체 공급물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0억달러의 목재를 캐나다로부터 들여다 쓰고 있다. 이 같은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정책에 대해 상무부조차 이는 가혹하다며 지난 6월 반덤핑관세를 포함한 관세비율을 13.2%까지 줄일 것을 요구했다.
나프타 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크리스토퍼 파딜라 대변인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양 국가가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완전한 해결책을 찾아 오래된 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미국의 강경한 보호무역정책은 WTO가 “미국의 버드수정법은 WTO협정에 위배되며 유럽연합(EU), 한국 등 11개 교역상대국은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결정하면서 궁지로 몰리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WTO 결정이 내려진 만큼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위해 미국기업에게 이중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버드수정법은 없어져야 한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소이치 나카가와 경제무역장관도 “미국이 자국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버드수정법을 철폐해야 하며 이 경우 우리는 대항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 외교 소식통들도 미국은 법률적인 싸움에서 진 만큼 이 법을 없애야 한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외국기업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이를 다시 기업보조금으로 지원해 기업을 육성하는 버드수정법을 통해 미국은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7억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교역상대국에게 무리하게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WTO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올해에는 인터넷 도박금지와 국내 양모 생산업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으로 WTO로부터 이를 없앨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처럼 힘을 앞세운 미국의 자국 보호무역 정책이 WTO, 나프타 등 국제기구의 견제로 제동이 걸리면서 국제 무역에서 미국의 위상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