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골퍼-캐디의 궁합? "성적에 달렸다"

코스 정보등 제공 플레이 도와<br>선수 부진땐 우선 교체 대상에<br>인지도·성적따라 수입 천차만별

바늘과 실, 남편과 아내, 장군과 보좌관…. 골퍼와 캐디의 관계를 비유할 때 곧잘 쓰이는 표현들이다. 해고된 타이거 우즈(미국)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가 8일(한국시간) 애덤 스콧(호주)과 호흡을 맞춰 특급대회 우승을 따내면서 투어 캐디에 대한 골프 팬들의 관심이 새삼 커졌다. 단순히 백을 메는 짐꾼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캐디는 '보스'의 마음까지 꿰뚫어보고 플레이를 돕는 조력자다. 선수들 못잖게 경쟁이 치열한 투어 캐디 세계에서 생존하고 빛나는 조연 배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슨 일 하나=지난 7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조니워커오픈에서 우승한 박도규(41)는 "캐디의 도움이 컸다"며 공을 돌렸다. 캐디 수첩에는 코스 정보가 빽빽하게 적혀 있다. 언제나 선수보다 먼저 코스를 점검하고 거리 파악에 도움이 될 지형지물, 그린 빠르기, 핀 위치 등을 빠짐없이 선수에게 제공해야 한다. 때로는 스윙이나 멘털 코치의 역할도 해야 한다. 5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경주는 최종 라운드 당시 데이비드 톰스(미국)에 1타 앞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들려 하자 캐디 앤디 프로저가 평소와 달리 사나운 얼굴로 말렸다. 지난해 대회 같은 홀에서 최경주의 드라이버 티샷이 밀리며 워터해저드에 빠졌다는 사실을 기억했던 것.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딸의 캐디로 동반하는 A씨는 "최악의 3D 업종이라고 보면 된다. 20㎏ 넘는 백을 메고 하루 10㎞를 걷는데다 선수의 기분이나 심리상태를 파악하며 눈치껏 행동해야 하니 심신이 힘들다"고 말했다. ◇얼마나 버나=캐디의 수입은 자신의 인지도와 보스의 성적에 달려 있다. 투어 캐디는 주급과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별도로 받는다. PGA 투어의 경우 주급은 평균 1,000달러 정도이고 톱클래스 캐디의 주급은 1,200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우승 때 상금의 10%, 톱5 입상 때 7%, 컷 통과 때 5% 정도로 형성돼 있다. 12년 동안 우즈와 일했던 윌리엄스는 우즈의 전성기 시절 한 해 100만달러 이상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정상급 캐디의 경우일 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캐디가 훨씬 많다. ◇왜 결별하나=헤어지는 이유는 성적 부진이 가장 크다.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교체를 생각하는 것은 퍼터가 아닌 캐디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경기는 선수가 하지만 선수의 플레이가 부진해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되면 하릴없이 다른 선수를 찾아봐야 한다. 물론 톰 왓슨과 브루스 에드워즈, 최경주와 프로저처럼 끈끈한 우정의 관계도 있지만 대부분 '성적이 곧 궁합'인 셈이다. 다른 결별 사유도 없진 않다. 박세리(34)와 전성기를 함께했던 콜린 칸(영국), 닉 팔도(영국)와 14년간 동고동락했던 여성 캐디 파니 수네손(스웨덴)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먼저 결별 의사를 밝힌 경우다. 최근 세계랭킹 4위로 내려간 신지애(23ㆍ미래에셋)가 딘 허든(호주)과 헤어진 이유를 놓고도 이런저런 뒷말이 나온다.

관련기사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