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들이 은행직원들과 짜고 이용호씨 등 '기업사냥꾼'들에게 주가조작 등을 위한 밑천을 제공해온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검찰이 30일 적발한 1조3천억원대 주금가장납입 사건은 사채업자-은행직원-기업체로 이어지는 `검은 돈'의 조달경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들간 3각고리의 기본구조는 사채업자들이 회사를 설립하려는 사람이나 유상증자를 원하는 기업체 대표 및 대주주 등이 증자대금을 납입한 것처럼 은행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돈을 입금시켰다가 다시 인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용호씨 등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자본금과 주식 수를 마음대로 늘려 투자를 끌어들이고 이를 토대로 주가조작이나 각종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로 명동 최대 사채업자인 반재봉씨는 이용호씨에게 레이디가구 유상증자를위한 가장납입금 300억원을, 대양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 김영준씨에게 코스닥기업인수자금 84억원을 제공하고 휴먼이노텍 회장 이성용씨에게도 기업인수자금 50억원을 제공하는 등 기업사냥꾼의 자금원 노릇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현금동원력이 최고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반씨는 기업사냥꾼들이 부실기업 인수 등을 통해 확보한 주식을 담보로 `작전자금'도 제공해온 것으로드러났다.
반씨는 작전세력이 대다수 구속되자 델타정보통신 주식 140만주를 통정매매하는등 직접 주가조작에 뛰어들었으며, D증권 투자상담사 안모씨에게 해외도피자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검찰은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70-80% 가량에 주금가장납입 수법이 동원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실제 자본금이 전혀 없는 `깡통회사'가 양산돼 각종 범행에 이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채업자와 기업사냥꾼간의 이런 결탁은 은행측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검찰은 설명한다.
모 은행 명동역지점의 경우 반씨를 전담하는 대리와 직원을 따로 두고 가장납입`업무'를 맡겼으며, 코스닥기업 S사의 증자금 가압류를 위해 은행을 찾은 집행관을 1층에서 기다리도록 한 뒤 2층에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가장납입 행위를 상법 위반으로 처벌해왔으나 그 폐해의 심각성을 감안해 일단 납입한 자본금을 다시 인출하는 행위에 횡령 혐의를, 가장 납입을통해 취득한 주식을 착복해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 배임 혐의를처음 적용키로 했다.
검찰은 또 가장납입을 통해 설립된 것으로 확인된 1만여개 기업과 관련된 비리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이는 한편 향후 발생하는 증권범죄에 대해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을 적극 적용해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하고 범죄수익 은닉을 위한 자금세탁 행위도 엄벌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