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급락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발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감이 국내 증시를 비켜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이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 근접한데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외국인의 급격한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수세가 탄탄한 만큼 코스피지수 지지선이 1,900포인트선에서 유지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PBR 1배 수준'…더 빠지기는 힘들다=2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4%(6.59포인트) 상승하며 1,916.93포인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1.5% 넘게 급락한 것을 포함해 사흘 동안 이어지던 하락세가 진정됐다.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1,900포인트 위에서 하단을 다지고 있는 것은 PBR가 이미 1배에 근접했기 때문. 주가 수준이 장부가치 수준에 있어 더 빠지기는 힘들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PBR 1배는 기업의 청산가치와 주가 수준이 동일하다는 의미로 일시적인 요인에 따라 그보다 아래로 내려갈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그 수준을 넘어선다"며 "코스피지수의 상승폭이 전날 하락폭과 비교하면 미미해 약한 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국내 증시의 PBR는 1.08배다. 미국(2.55배)과 영국(1.88배), 일본(1.61배) 등 선진시장은 물론 대만(1.82배)과 중국(1.35배), 싱가포르(1.35배) 등 아시아 주요 신흥시장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신흥국 간 차별화…급격한 외국인 이탈 없을 것=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150억원어치를 내던지며 4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문가들은 브라질과 인도·아르헨티나 등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큰 신흥국과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이 다르다고 평가하며 외국인의 자금 이탈 속도가 조정될 것으로 판단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아르헨티나·브라질은 물론 지난해 문제가 됐던 인도의 경우 무역수지로 벌어들인 돈을 외국인이 배당이익과 이자소득으로 빼나가는 구조인 반면 지난해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우리나라는 소득수지도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의 체력이 탄탄한 만큼 외국인 수급은 지난해 인도 위기가 당시 급격한 이탈에서 재차 최장거래일 순매수로 방향을 튼 것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지는 기관 매수세=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의 매수세가 지수 하락을 제한하는 요소로 꼽힌다. 전날 5,000억원이 넘는 매수우위를 보였던 기관은 이날 역시 2,948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외국인의 이탈로부터 지수를 방어하고 있다. 특히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자신탁은 이날 444억원의 순매수를 포함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6,539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559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전달 2조5,566억원 순매도에서 방향을 튼 투신은 꾸준히 매수세를 키워가고 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자금이 주식형펀드로 유입되고 있는데다 다음달부터는 연기금의 올해 자금 집행도 시작될 예정"이라며 "지수가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져 기관이 저가매수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