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로에 선 물가관리] 회의 '회의론'

3개월간 정부 공식 물가 관련 회의만 14차례<br>실효성 있는 대책 못내놓고 부처 실적경쟁만

지난 2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이명박 대통령은 "중동사태 등으로 대외경제가 어렵고 국내적으로도 물가안정 등 시급한 국정현안이 많다"며 그동안 2주에 한 번 하던 국민경제대책회의를 매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경제,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였다. 올 들어 지난 3개월 동안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최한 물가 관련 회의는 총 14차례. 이 대통령이 1월13일과 3월10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물가 화두를 꺼내든 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2일 물가장관회의와 2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물가 문제를 다뤘다. 재정부 1차관은 아예 매주 금요일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고 물가상황을 점검한다. 이와 별도로 부처 장ㆍ차관들은 수시로 재래시장ㆍ도매시장ㆍ주유소 등 물가현장을 찾고 있다. 매주 물가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지만 '회의를 위한 회의'가 아니냐는 비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설 명절 제수용품 공급, 돼지고기 등의 할당관세 조치 등을 제외하면 정부 물가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회의에서 매번 큼직큼직한 대책을 쏟아낼 수는 없다"며 "물가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정부가 물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은 물가회의가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1월 이 대통령이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한 후 각 부처 장ㆍ차관이 기름값 잡기에 나섰지만 정작 석유가격을 분석하기로 한 태스크포스(TF)팀은 연구 결과 발표를 오는 4월로 벌써 세 번째 미뤘다. 소비자물가가 4.5% 올랐다고 발표한 3월2일 윤 장관은 직접 물가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2ㆍ4분기 이후 물가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개인 서비스요금 등을 중심으로 오히려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등 거시정책으로 큰 줄기를 잡아나가야 할 물가대책에서 각 부처들이 실적주의로 경쟁하다 보니 결국 정책의 곁가지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최근의 물가급등은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정책 실기, 실요성 없는 정책 남발 등 정부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연내 4% 이상으로 올려 시중에 풀려 있는 유동성을 흡수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3개월간 정부가 물가회의를 통해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기존에 이미 나와 있는 대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전부"라며 "미시적 대책만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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