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안전인증이 국제경쟁력] '안전마크' 따내야 수출길도 열린다

국내외 기업 관심고조20여년째 주방기구를 생산하는 K사. 7년 전 국내 특허를 받은 신제품을 동남아 등으로 수출해 그 동안 짭짤한 재미를 봤다. 1년 6개월 전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지역의 유통회사가 공급의사를 문의해 와 수출길이 열리는 듯 했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안전인증이 없어 성사되지 못했다. 그 때부터 경영진들은 안전인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 지난해 유럽의 규격인증인 CE마크를 받는 데 성공, 한꺼번에 8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디지털 피아노 생산업체인 A사도 4년 전부터 미국의 규격인증인 UL마크를 획득하면서 수출의 물꼬를 텄다. 지난해 수출한 물량은 150만 달러 규모. 올해는 30%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여 공급물량을 맞추기 위해 모든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공업용 기자재를 제작, 내수에만 의존했던 H사. 4년 전 일본에 30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현지 수입업체가 안전마크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계약을 해지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S마크를 획득, 뒤늦게 유럽으로 수출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국제) 규격인증 여부가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수출을 보장하는 효자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안전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품만 잘 만들면 되는 분위기였고 수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환경마크에 이어 안전인증이 없는 상품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분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증의 종류도 여러 가지. 지역공동체별로 안전ㆍ건강ㆍ환경관련 상품 등에 대해 기술표준을 정하고 이에 적합한 제품에 대해 부문별로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규격인증의 경우 24개국에서 54종이 나오고 있다. 미국 보험회사들이 세운 비영리 안전검사기구(UL)가 부여하는 UL마크, 유럽연합 내 공동표준 규격인 CE, 독일 안전규격인 VDE, 일본공업표준 JIS, 중국 CCIB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에서는 기계류ㆍ전기ㆍ압력용기 등 안전관련 품목이 CE마크를 받지 못하면 유통조차 못하게 막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TO)와 '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가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세미나에서 레이저 봉이나 카메라 플래시, 인공선탠기 등이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당시 세미나에서 학자들은 인공선탠의 위험성에 대해 다양한 요인을 제시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인공선탠의 위험은 무엇보다 자외선에 있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기 때문에 유해한 광전자의 에너지가 강해 피부암이나 시력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외선은 태양빛을 비롯, 백열등, 수은등, 할로겐 등 형광등에서 방출되는데 면역력 저하와 피부암 백내장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들이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레이저 봉의 경우 장시간 눈에 조사하면 망막을 손상 받을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레이저 봉 때문에 망막을 손상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메라 플래시도 마찬가지. 플래시가 터질 때 방출되는 적외선은 가시광선 보다 파장이 길어 안전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강도가 셀 경우 망막이나 수정체 손상 등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 특히 최근 개발된 상품은 기존 상품에 비해 집중도가 강해 근거리에서 플래시를 터뜨릴 경우 망막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학계의 주장에 대해 제조업체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출길이 막히면 당장 경영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는 물론 국제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장난감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것. 지난해 11월 미국의 '위험한 장난감에 대항하는 세상'(WATCH:World Against Toys Causing Harm)이라는 소비자안전 단체가 발표한 내용은 장난감 안전에 무관심했던 국내외 소비자들과 제조업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단체는 해마다 어린이를 해칠 수 있는 장난감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장난감 총과 군사용을 본 따 만든 바주카포 등을 포함시켰다. 이 단체가 목록을 발표한 이유는 어린이들이 다칠 수 있는 장난감에 대해 부모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 제품의 책임에 대해 변호를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악의 장난감 목록이 해마다 나오고 있지만 장난감 제조회사는 여전히 위험한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장난감제조협회도 이 단체의 발표가 불쾌하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눈을 의식, 호응하고 있다. 문제의 장난감 목록이 발표되자 제조협회는 관련 목록이 장난감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물임에는 틀림없지만 협회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소비자안전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해 장난감으로 신체적인 손상을 입어 입원하는 환자가 미국에서만 15만2,600명. 99년에는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주 연구원은 "대부분의 어린이 장난감은 둔탁하고 조악한 플라스틱 제품으로 어린이에게 외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며 "어린이에 대한 안전사고 방지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S마크 안전인증이 국내외 기업들에 관심거리로 부각하고 있는 것은 안전의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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