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달라진 은행인사 풍속도

'영업통' 중시따라 본점보다 지점근무 선호


시중은행 본점에서 3년간 부서장으로 근무한 이동건(가명)씨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지점장 전출을 신청했다. 본점 입성 전에도 2곳에서 지점장 생활을 한 이씨는 능력을 인정받아 본부 내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고민 끝에 다시 지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은행원들의 인사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과거 본부 부서로의 입성을 선호하던 것에서 벗어나 영업 현장으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은행권이 회사 경영에서 실제 수익을 가져다주는 '영업통'을 중시하는 경향과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하나·기업·국민은행 등이 상반기 정기인사를 마쳤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면서 이번 정기인사를 '여성'이란 코드로 읽어내고 있지만 오히려 '영업'에 방점이 찍힌 경향이 짙었다.


지난달 가장 먼저 정기인사를 실시한 우리은행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32명의 본부부서장이 지점장으로 수평이동했다. 우리은행은 본점 내에 총 59개 부서가 있는데 절반 이상이 현장 발령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7월에 있었던 직전 인사 때 9명이 지점장으로 나간 것에 비춰보면 약 4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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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은행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하나은행은 이번 인사에서 8명의 본부부서장이 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직전 인사 때는 6명의 부서장이 지점으로 이동했다. 기업은행은 14일 '원샷' 인사를 통해 직전 인사 때(3명)보다 2명 많은 5명의 본부부서장을 지점장으로 이동 조치했다.

가장 최근 정기인사를 단행한 국민은행은 전체 58명의 본부부서장 중 10명을 영업지점으로 전보시켰는데 이는 직전 인사(5명)보다 2배 많은 인원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본부장 승진 인사를 실시하면서 9명의 신임 지역본부장 전원을 지점장 출신으로 채웠다.

이처럼 부서장급 이하 정기인사에서 본부 부서를 떠나 영업 현장으로 돌아가는 인력이 많아진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은행에서의 본부 근무는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웬만한 행원들은 정기인사에서 본점 입성을 꿈꾼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은행들이 영업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은행들은 정기인사에 앞서 실시한 임원 인사를 통해 영업력을 갖춘 인재를 대거 등용했다.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이익 정체 흐름을 타개하기 위해선 결국 '영업만이 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기인사를 앞둔 나머지 시중은행들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22일, 24일에 정기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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