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변하고있다] 서생현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 인터뷰

『국영기업체 사장은 자전거만 타고 다녀도 됩니다. 국민들의 세금을 축내는 고 있는 사장이 어떻게 그랜저를 타고 다닙니까』서생현 대한광업진흥공사(광진공) 사장은 별명이 하나 있다. 「청렴과 정직」이 그것이다. 30년을 군에서 보내고 지난 87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후 공기업에서만 근무해 온 그의 곁에는 이 닉네임이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다. 徐사장이 광진공에 부임한 때는 지난해 4월. 그는 사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비서에게 푹신한 소파를 치우고 사장 전용차인 그랜저도 팔아치우라고 지시했다. 얼마 안가 그랜저는 중고 포텐샤로 바뀌었고 차를 팔아 남은 돈은 직원들의 휴식공간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사장실의 소파도 직원휴게실로 옮겨졌다. 『전에는 석탄공사 사장을 맡았습니다. 석탄산업이 사양업종이라 꽤 고생을 했죠』 그는 적자 공기업과 묘한 인연을 갖고 있다. 광진공도 지난 97년 23억원 적자를 기록한 터였다. 徐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경영혁신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어찌됐든 기업이 적자를 내면 안된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적은 덩치에 23억원의 적자는 상당히 부담을 주는 규모였어요』 그는 취임사에서 직원들에게 단호하게 개혁의지를 밝혔다. 「흑자를 보기 위해서는 아픔이 필요하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라. 일한 만큼 대가를 주겠다」 그는 즉시 기술사업본부를 없애고 직원모집 계획도 취소했다. 徐사장의 개혁 발걸음은 정부 지침이 있기 전부터 바빴던 셈이다. 그의 말대로 개혁의 고통이 이어졌다. 인원 감축은 직원들을 솎아내는 작업. 감원대상을 결정해야 하는 최고책임자의 가슴은 쓰라렸다. 그러나 태풍같은 구조조정 회오리 속에서 그를 지켜준 것은 변함없는 소신 하나뿐이다. 그에게는 누구 「빽」도 안 통한다. 그는 본부장에서 경비요원까지 각 직급이 모두 참여하는 고용조정위원회를 만들어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토록 했다. 인사는 철저히 고과중심 원칙으로 이뤄졌다. 배경, 학연, 지연보다 정직, 성실, 최선이 우선됐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개개인의 능력과 됨됨이, 사생활이 덧붙여졌다. 아무리 유능한 직원이라도 직간접적으로 청탁의 들어올 경우 무조건 「0점」으로 처리됐다. 공기업 사장 치고 국회의원 후원회에 한 두번 안 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徐사장은 예외다. 단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 그의 소신이 널리 알려져서 일까. 요즘엔 아예 초대장도 안 날아온다. 『광진공은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해외광물자원을 개발해 오는 2008년까지 달러벌이를 3억5,000만달러이상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는 거사를 이루기 위해 전직원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열을 확고히 다지려면 무엇보다 지휘자의 모범과 솔선수범이 필수적이라는 게 徐사장의 철학이다. 【박동석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