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누가 오바마를 두려워하는가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의 기세는 절정에 달했다. 공화당이 민주당으로부터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고 상원마저 위협하자 공화당 후보가 오는 2012년 대선에서 백악관 주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중간선거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 공화당 차기 주자들의 2012년 대선 준비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중간선거 당시만 해도 공화당에서 8명 정도가 대권 도전을 선언했지만 후보들은 대선 레이스에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이 이처럼 몸을 사리는 것은 그들이 겸손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예상을 깨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저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의 굴욕적 참패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미국 정치사에서 세계 2차대전 이후 중간선거에서 패한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외면받은 경우는 세 명에 불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지지를 받는 것은 놀랍게도 경제 때문이다. 미 경제성장률은 미약하나마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실업률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고용시장에도 햇살이 비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운이 좋다면 2012년 대선 기간에 맞춰 미 경제가 날개를 달 수도 있다. 상황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공화당의 대선 잠룡들은 굼뜨기만 하다. 정치자금 마련에 한계를 보이고 미디어 노출도 적다. 자신들의 정책을 적극 알리기보다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하고 있다. 공화당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다름아닌 티파티다. 공화당은 선거를 앞두고 늘 무당파에 지지를 호소해왔지만 티파티의 극단주의가 이 전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여전히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이슈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재정적자가 바로 그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공화당이 내놓은 예산안이 더 설득력 있다. 공화당은 예비경선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에 맞서 재정 적자와 건강보험개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2012년 대선에서 두 명의 대선 후보 간의 불꽃 튀는 경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백악관 주인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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