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뉴스 포커스] 대기업 입사시험 역사가 대세, 왜?

"한국사 몰라 세대간 단절 잦아… 조직관리·업무 성과에도 영향"


'개화기 조선을 침략한 국가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을 고르시오.'

12일에 치러진 삼성그룹의 직무적성검사(SSAT)에 나온 문항이다. 이날 서울과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전국 5개 지역과 해외 3개 지역 등 82곳에서 치러진 SSAT를 본 취업준비생들은 한층 어려워진 역사 문제를 접하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 들어 대기업 입사시험에 역사 문제를 비롯해 인문학적 소양을 파악하기 위한 문제 출제가 늘고 있지만 갈수록 난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수험생은 "역사 문제가 많이 나왔고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입사원 채용시험에서 역사 등 인문학적 역량을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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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지원자들의 '스펙(학점, 어학 점수나 수상 경력, 각종 자격증 등을 지칭)'만으로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로열티)을 측정하기 힘든데다 입사 후 적응능력이나 대인관계 등 사회성을 평가할 목적으로 지원자의 역사관을 집중적으로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대기업 입사를 위해서는 역사와 인문학 소양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최근 1~2년 새 입사시험에 역사 문항을 앞다퉈 도입했다. 올 하반기 신입 공채에서 역사 문제를 출제하는 대기업만 해도 SK와 LG·GS·포스코·CJ·신세계·롯데·국민은행 등 10대 그룹이 대부분 포함됐다. 지난 8일에 있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적성검사(HMAT)에서도 역사 문제가 화제가 됐다. 로마와 몽골제국이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전략에 주는 시사점과 신사임당처럼 과소평가된 인물에 대한 서술형 문제가 나와 응시생들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처럼 역사가 대기업 입사의 핵심과목으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기업들은 겉으로는 "인문학적 소양을 종합 평가한다"거나 "국가관이 투철한 인재를 뽑는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별 회사 차원의 요구가 더 크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 관계자는 "최근 신입직원들이 한국사를 모르다 보니 관리자급 직원이나 임원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해 세대 간 단절이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잦다"며 "이는 조직관리나 업무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자연히 회사의 과거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며 "회사의 과거를 모르면 선배들에 대한 공경심도 적을 수밖에 없고 회사의 비전을 공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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