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떠오르는 중화상권(홍콩반환 원년)

◎태평양 경제권에 ‘재편격랑’인다/정치적 불안·동요 점차 진정/주가지수 연일 최고치 경신/홍콩 경제기상도 “예상보다 맑음”/싱가포르·중 광동성 지역·대만 등/현실로 다가온 반환 영향권/저마다 실익따지며 “기대반 우려반”홍콩이 1백55년 영국식민지 역사를 마감하고 드디어 올 7월 1일 원주인인 중국에 귀속된다. 홍콩반환에 따라 홍콩과 중국남부의 광동성이 명실상부한 단일경제권으로 통합되면서 대만과 싱가포르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중화경제벨트가 본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홍콩반환은 단순한 중화경제벨트의 출현으로 끝나지 않고 태평양에 격랑을 몰아올 것이며 그 파문은 전세계로 퍼져 나갈 전망이다. 반환 6개월을 앞둔 현지의 표정을 살핀다.<편집자주> 12월 11일 하오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홍콩섬 완차이지역의 뉴월드 하버뷰 호텔 스카이 라운지. 빅토리아항 맞은편 구룡반도의 마천루가 저멀리 보이고 시선은 바로 아래의 굉음소리를 내며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건물에 멈추어 선다. 올 7월 1일 홍콩반환 기념식이 열릴 향항회의전람중심(HongKong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이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땅에 세워지고 있는 이 기념식 건물의 마무리공사로 주위가 쩡쩡 울리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중국은행 등 금융가가 밀집해 있는 센트럴지역쪽으로 걷기를 10분. 신문 가판대에 선박왕 동건화가 상오 열린 4백명의 추선위 투표에서 3백20표를 얻어 압도적으로 홍콩특별행정구(SAR) 초대 행정장관에 선출됐다는 내용을 1면 머릿기사로 실은 홍콩 현지신문들이 꽃히고 있다. 동건화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신문을 집어들던 샐러리맨 왕청명씨는 『홍콩을 슬기롭게 이끌어 갈 현실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다시 5분을 걸어 엑스체인지 스퀘어 2번 건물 반지하에 위치한 홍콩연합교역소.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빨간 조끼 차림의 거래인들이 사자·팔자 주문을 받느라 단말기에서 눈을 뗄 새가 없다. 최근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항생지수는 동건화 당선소식에 다시 상승, 전일보다 41.5포인트 오른 1만3천1백44.23을 가리키고 있다. 프라임이스트 증권사의 프레데릭 창은 주가활황에 대해 『홍콩기업인들이 반환후 홍콩장래에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항생지수를 이끌고 있는 것은 부동산관련주. 불과 1년전 홍콩반환에 따른 우려로 자본유출과 부동산 가격 폭락을 우려했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부동산거래액이 지난 11월 전년비 3배까지 치솟으면서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같은 홍콩경제의 활력에는 중국 정부의 숨은 노력이 포함돼 있다. 정순동 외환은행 홍콩 현지법인 부사장은 『중국측이 부동산과 증시자금 등으로 그동안 70억달러를 홍콩에 쏟아부었다』고 말한다. 중국으로선 중국의 대외수출창구이자 자본조달처였던 홍콩의 경제불안이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홍콩의 현주소는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는 중국이 올 7월 홍콩을 화려하게 인수하고 싶은 이유를 잘 말해준다. 증시규모 3천5백억달러로 아시아에서 동경 다음. 외환시장 역내 3위.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종주국인 영국보다 높은 2만5천달러.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철저히 배제된 자유방임의 나라. 그래서 세계 무역·금융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었던 도시국가.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의 초점은 법치보다는 인치를, 원칙보다는 상황을,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홍콩의 자유분방함을 얼마나 지켜줄 것인가에 쏠려있다. 1840년 아편전쟁으로 대변되는 추악한 제국주의 역사는 가장 있을 법하지 않은 두 국가의 결합을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만큼이나 그 결과를 예측키 어려운 사상 초유의 실험인 홍콩 반환은 당사자인 홍콩뿐 아니라 주변국들에게 설렘과 불안을 던져주고 있다. 절강성 림안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비롯 중국의 대규모 기간시설 구축에 참여하고 있는 홍콩의 캐피털 차이나 그룹 회장이자 추선위 위원이기도 한 레이몬드 호는『서구식 사고와 중국특유의 인맥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서구문물을 익힌 내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환후 홍콩에 자신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중국에 부동산투자를 했다가 건물이 채 올라가지도 못하고 4억5천만달러를 손해본 홍콩인들에겐 홍콩반환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물론 중국은 항인치항이라는 원칙아래 84년 영·중 홍콩반환협정에 따라 홍콩반환후에도 50년간 홍콩에 현 체제를 유지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 외교사안 이외에는 홍콩접수후에도 어떠한 정부관리도 파견치 않겠다는 당초의 발언을 번복, 중국은 강택민 국가주석의 계파인 소위 상해방을 홍콩에 상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영국과 홍콩반환 협상을 주도해왔던 노평 홍콩, 마카오 주임은 중국정부를 비방하는 행위는 용납치 않겠다고 말한다. 이같은 홍콩의 장래불안에도 불구, 21일 추선위가 홍콩 기존 민선입법의원들을 대체하는 임시의원들을 선출한 것을 축하라도 하듯 항셍지수는 전일비 2백20.07포인트나 급등했다. 현재 홍콩의 경제기상도는 예상보다 쾌청하다. 홍콩과 인접해 있는 중국 광동성의 광주, 심천, 주해에 걸쳐 뻗어있는 주강델타지역은 홍콩과 함께 급성장을 지속해 중국 최대의 고속성장지대다. 광동성은 79년 개방이래 연평균 12%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1인당 GDP는 세계은행이 산출한 구매력 평가기준으로는 2천5백달러를 넘어선다. 여기에 지난 49년 중국 공산당정부 수립이래 3통(통상, 통항, 통우)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본토와의 교역과 투자가 증가추세에 있는 대만이 홍콩반환을 계기로 홍콩을 통한 간접무역을 벗어나 직접무역의 물꼬를 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콩반환이 현실로 다가온 이상 대만은 그동안 거대한 중국시장에로의 진출에 걸림돌이 돼왔던 3통불가 원칙을 사실상 폐기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있는 것이다. 총 인구의 77%가 화교인 싱가포르도 홍콩반환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현재 아시아 역내에서 동경다음의 외환거래량 2위인 싱가포르는 잘 발달된 정보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제에 홍콩을 무색케하는 무역·금융도시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홍콩의 장래는 이제 초대 행정장관 동건화에게 주어졌다. 상해출신으로 영국 리버풀 대학에서 수학했고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 일한 바 있는 동건화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면서도 중국의 정신을 수용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동건화는 홍콩의 진보주의자를 달래면서 중국측에 대한 「예스맨」으로 전락하지 말아야 하는 중간자적 위치에 있다. 오창석 홍콩무역관장은 『홍콩 반환을 전후해 중국에서 내년 10월 5년주기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고 대만도 올해 5년임기로 이등휘총통이 취임했다. 적어도 2천년까지는 중국이 현상유지정책을 취할 것이다』고 말한다.<홍콩=이병관> ◎인터뷰/에드워드 룽 홍콩무역발전국 수석연구원/“기존 정치·경제구조 변화없어/산업구조 서비스·첨단화 가속” 『홍콩 반환으로 홍콩의 주권은 중국에 넘어간다. 그러나 홍콩의 기존 정치·경제구조는 변함이 없다. 중국이 약속한대로 홍콩은 특별우대조치를 받는다.』 빅토리아항이 내려다 보이는 홍콩섬 완차이지역의 오피스 타워 38층에 위치한 무역발전국(TDC:Trade Development Council)의 수석연구원 에드워드 룽(45)은 홍콩반환에 따른 불안감에 대해 묻자 단호하게 대답한다. 룽은 홍콩에서 태어나 홍콩 중문대학에 입학, 박사과정까지 마친 홍콩의 엘리트다. TDC는 우리의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해당되는 기관으로 홍콩주민들에게 무역·투자 발굴과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반환후 중국기업이 대거 홍콩에 진출하면서 상거래 질서가 흐려질 우려가 있는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기업들이 정보의 자유 유통 등 상업적 원리에 충실히 따라줄 것으로 믿는다. 특히 최근 실시되고 있는 중국의 은행개혁이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반환후 홍콩의 산업구조는. ▲홍콩은 점점 더 서비스산업과 첨단산업쪽으로 나갈 것이다. 79년 중국이 경제특구를 개방할 당시 30%이던 홍콩의 서비스부문이 올해 80%로 늘어났다.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첨단기업의 성공사례는 과감한 R&D투자와 품질관리로 홍콩에 뿌리를 내린 모토롤라를 들 수 있다. ­반환을 기회로 싱가포르가 아시아 무역·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싱가포르를 홍콩에 견줄 수 없다. 우선 싱가포르는 정부주도로 산업을 이끌고 있는 반면 홍콩은 정부의 최소 간섭아래 기업들이 자유분방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력면에서도 비교가 안된다. 고급인력시장에 있어 홍콩은 싱가포르의 10배 규모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상해 포동지구에 대규모 금융단지를 건설하고 있는데. ▲홍콩을 따라오기엔 아직 멀었다. 하드웨어만 짓는다고 되는게 아니다. 투명성, 정부 최소간섭, 효율적인 멘탈리티를 가진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반환후 홍콩과 중국의 관계는. ▲홍콩은 중국에 이미 4백억불을 투자했다. 광동성에 있는 4만개 홍콩기업이 4백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기업의 생산기지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다. 중국측으로선 앞으로 2천년까지 사회 기간시설 건설에 필요한 5백억달러의 상당부분을 홍콩에서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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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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