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를 누볐던 날센 다람쥐가 은행의 영업현장에서도 고객과 함께 농구를 하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 금융가의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화제의 주인공은 80년대 초반 「날샌 다람쥐」「밤송이」로 이름을 날렸던 고려대 단신 명가드 정재섭(35) 선수. 그는 85년 대학을 마치면서 기업은행 농구팀에 입단, 91년까지 20여년간 선수생활을 했다. 91년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치면서 은행원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늦게 시작한 은행일이 서툴렀지만 사람을 만나 사귀고 자기 고객으로 만드는 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공에 대한 집착력과 몸에 밴 승부근성은 은행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 8월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서소문 지점으로 발령받았다.
鄭과장은 지난 10월 지점과 거래가 있던 경기초등학교를 찾아가 「어린이 농구교실」을 열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 1시, 특별활동 시간이 되면 그는 어김없이 서울 충정로에 있는 학교로 가 농구를 좋아하는 20여명의 학생들과 운동을 함께 한다.
슛동작이나 드리볼, 패스 등 간단한 기본기를 가르치지만 아이들은 마냥 신나한다. 지난 11월 말 방학을 앞두고 마지막 수업이 끝났을 때, 졸업을 앞둔 6학년 학생이 눈물을 글썽이며 『중학교 가서도 찾아오겠다』고 말했다고 鄭과장은 전한다.
그는 또 토요일마다 행내 동료들과 운동을 같이한다. 일년에 두번은 「직장인 친선 농구대회」도 갖는다. 지난 6일 끝난 두번째 대회에서는 7개팀이 참가해 열띤 경기를 펼친 결과 결승전에서 ㈜대우팀이 한골차로 동서해운팀을 누르고 이겼다.
이런 鄭과장의 열정과 노력으로 경기초등학교 학생 800여명 모두가 기업은행 단골로 거래하고 있고, 직장인 농구팀에서도 적금을 들어주고 있다. 鄭과장이 부임한 8월 이후 지점 예금고가 180여억원이 늘어났다고 한다.
鄭과장은 그러나 부인 안미정(安美廷·32)씨와 초등학교 4학년인 딸, 그리고 이제 막 돌을 지난 아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매주 토요일은 물론 시합 몇 주전부터는 일요일도 연습을 해야하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鄭과장은 『기업은행 농구팀이 해체될 때와 20여명이었던 농구선수 출신 은행원들이 퇴직을 할 때 마음이 쓸쓸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는 『농구에 대한 애정과 고객 만족을 위한 노력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더욱 열심히 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우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