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10월 4일] 흔들리는 사제관계

배움의 길에 있어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을 스승이라 하고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그의 뒤를 따르는 사람을 제자라 한다. 그리고 그 스승을 섬겨 가르침을 받는 것을 사사(師事)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진정한 스승의 의미가 상실돼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인사동을 거닐다 보면 많은 공모전 포스터와 공모전 당선작품들을 보게 된다. 어떤 공모전이 있을까. 누가 수상을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갖고 공모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공모전에 따라 수상자의 이름이 반복되거나 비슷한 류의 작품을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단지 상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자주 발견하게 된다. 한동안 화가가 되는 등용문으로 여겨져왔던 대한민국 미술대전 또한 계속되는 파행으로 그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개인의 사욕을 채우고자 한 것이 순수한 예술인의 등용마저 막을 뿐 아니라 우리 예술계의 발전을 막는 행동인 것이다. 또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과 불신을 조장한다. 그리고 서울에서 전시 문화와 예술 문화가 함께 어울린 인사동조차 순수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떠나가고 자신의 사욕만을 채우기 위한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실로 마음이 아픈 현실이다. 예술계에서 인정받으려고 부린 욕심이 오히려 예술계에서의 수상 경력에 따른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순수미술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가들이 한 시대의 흐름이 되고 싶어하고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수상 경력은 그 재능을 인정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순수한 목적을 뒤로하고 일부 특정 대학 졸업자 혹은 특정 작가의 제자로 편중돼 재능을 떠나 스승과 제자의 의미마저 저버리는 경우가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배움을 기본으로 스승을 섬기기보다는 특정 공모전에서 수상을 할 수 있을까로 스승을 판단하고 그의 제자로 들어가는, 마치 편의점에서 과자를 고르듯 스승의 배경만을 염두에 두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사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승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벗어나 스승의 배경만으로 인간관계가 바뀌어진다니 스승과 제자의 순수한 관계마저 수상경력의 일부분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007년 일부 심사 위원들은 자신의 제자가 제출한 작품을 심사하고 상을 줬다가 경찰에 적발돼 불구속 입건되기도 해 무성한 소문인줄만 알았던 미술대전의 비리가 현실로 다가오기도 했었다. 공모전을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 그 자리에 본인을 수상시키는 것과 같은 어이없는 그림이 그려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경력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본인의 실력을 인정받는 객관적인 수상이 아닌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경력. 주최 측의 짜여진 각본대로 수상을 해 받은 경력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런 행위를 바탕으로 인간관계가 이뤄지는 것은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제자의 도리를 다하는 작가들에게 그들이 수년간 쌓아둔 인격과 가치를 모독하는 행위라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본인의 노력으로 오랜 시간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자신의 인내와 수련으로 더 나은 제자가 되는 것이 본시 제자로서 필요한 자질이라 생각된다. 고된 노력과 산고 끝에 나온 산출물을 공모전에 내놓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인의 작품을 평가받아 그에 맞는 스승을 찾고 배움을 쌓아 나가야 한다. 사제 관계를 더럽히지 않고 본인의 노력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다 보면 그 진솔한 그림으로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맺고 그 인간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실력을 인정받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자와 공자처럼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그런 사제 관계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스승도 스승으로서의 옥석을 가려내는 시각이 필요하고 제자도 제자로서의 스승의 인격과 공덕을 존경해 보다 더 신뢰가 바탕이 되는 관계로 발전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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