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일] 연기금 증시 개입, 달갑지만은 않다

이번주는 투자자를 울리고 웃긴 한 주였다.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급등락을 반복한 주식시장 앞에서 투자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수익에 초연할 수만 있다면 이만큼 스릴만점인 게임도 없다. 닳고닳은 재야의 고수조차 “주식시장에서 온갖 풍파를 다 겪어봤지만 이런 장은 난생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의 행보가 특히 눈에 띈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기금은 지난 2주 지수폭락 기간에 무려 1조6,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사들이며 지수방어에 적극 나섰다. 단견이지만 국민연금의 결정은 현 시점까지는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반등해 저가매입 전략이 빛나고 있다. 더욱이 막연한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연기금은 지수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며 투자심리를 크게 호전시켰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시장개입에 양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정부개입설은 재껴두더라도 국민연금의 대규모 시장개입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과연 득이 될 수 있을까.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씨는 이 같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최근에 발간한 ‘주식투자란 무엇인가-통찰편’이라는 책에서 지금과 같은 국민연금의 시장개입이 자칫하면 시장의 공멸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거대자본인 국민연금이 시장가격을 따라가는 프라이스 테이커(Price Taker)가 아닌 시장가격을 만들어가는 프라이스 세터(Price Setter)라는 점에 주목했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규모 자금이 시장에 투입되면 그 자금이 시장에 머물러 있을 동안에는 시장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지만 이 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면(국민연금은 오는 2040년대 중반이면 고갈위기를 맞는다) 시장은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나친 경계일수도 있지만 그의 이 같은 경고에 수긍이 가는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연기금의 등장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는 “지금은 국민연금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해를 입지 않겠는가라는 일차원적인 고민이 아니라 연금투자가 가진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의 방향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수가 패닉국면을 뒤로하고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이때 국민연금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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