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盧대통령의 '감나무론'

김창익기자 <정치부>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연두기자회견서 밝힌 이른바 ‘감나무론’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어릴 적 과수원을 했을 당시를 기억하면서 “복숭아나무를 심으면 3년 만에 작지만 열매를 딸 수 있다. 감나무는 첫 열매를 따는 데 7년이 걸리고 제대로 수확하려면 15년이 걸린다”면서 “그래도 저희는 감나무를 심었고 그 뒤에 수입이 좋았다”고 얘기했다. ‘‘지역균형발전’공약을 의욕적으로 내걸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아무런 성과가 없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과제가 자신의 임기 내 마무리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연속적인 사업임을 강조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우문현답이었던 셈이다. 노 대통령은 또 중기 비전으로 “선진한국”을 외치면서도 ‘다음’ 정권과 세대를 언급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은 선진한국으로 가는 길잡이 역할에 그치고 선진한국으로 들어가는 티켓은 다음으로 넘기겠다고 다짐했다. 10년 뒤에 이익을 볼 수 있는 감나무를 심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그가 선진한국의 도달 시점을 자신의 임기 내로 잡지 않고 차기로 넘겼다는 점은 눈길을 끌만한 대목이다. 임기 내에 무엇인가 끝장을 보겠다는 것은 자칫 전시행정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오는 2008년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하고 이어 2010년이면 선진국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도달 시점이 아니라 한국경제가 선진한국을 향해 안정되게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연설 내용을 보면 노 대통령은 서비스ㆍ지식산업을 감나무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감나무’만 심어서는 될 일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 키우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는 아닐까. 지극 정성으로 감나무를 보살피지 않으면 말라죽은 나무를 우리는 곳곳에서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최근 실용주의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제 올인’을 선언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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