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축銀 7곳 영업정지] "뱅크런 막자" 금융수장들 예금 나섰지만… 불안한 고객들 장사진

■ 영업점 표정<br>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2000만원씩 예치 불구<br>대규모 인출 잇달아 3~4일이 고비될듯<br>'조건부 생존' 판정 받은 곳은 동요없이 잠잠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 이후 예금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19일 오전 서울 명동 토마토2저축은행을 방문해 정기예금 상품에 직접 가입하고 있다. 이날 토마토2저축은행 영업점에는 전날 계열사인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소식에 불안감을 느낀 예금자 수백명이 찾아왔다. /이호재기자

7개 부실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다음날인 19일 오전 서울 명동 토마토2저축은행에는 영업정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예금자들이 몰려들었다. 한 예금자가 240번이라는 접수 대기 번호표를 보여주고 있다. /이호재기자.

"아들이 예금을 했는데 지금 해외에 있어요. 대신 예금을 빼려면 뭐가 필요한가요." 19일 역삼동에 위치한 토마토2저축은행 선릉점. 영업 시작시간인 오전9시 전부터 약 20여명의 고객이 몰렸다. 고객 수가 더 많은 명동점에는 50여명의 고객이 장사진을 쳤다. 한 고객은 "TV에서 영업정지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다"며 "돈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마토2저축은행 선릉점은 개장 후 1시간이 못 돼 번호표가 200번을 넘어섰다. 하루에 처리 가능한 인원을 넘어선 것이다. 토마토2저축은행 측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처리인원 수를 200명 정도로 제한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 수장들은 고객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토마토2저축은행 명동점을 찾아 2,000만원을 예금했다. 김 위원장은 "토마토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됐지만 토마토2저축은행은 그곳과 법인이 다른 정상 저축은행"이라며 "막연한 불안감에 예금을 중도해지해 불필요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해달라"고 말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토마토2에 2,000만원을 예치했고 현장 고객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토마토2 부산 본점을 찾아 2,000만원을 맡기고 고객을 달랬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해 하는 고객이 많았다. 예금자 이모(55)씨는 "부산저축은행 때 봐라. 며칠 만에 계열 저축은행이 다 영업정지당하지 않았느냐"며 "최대한 돈을 빨리 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토마토2는 오후3시 현재 전국적으로 360억원이 인출됐다. 수신이 1조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최종적으로는 400억원 이상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마토2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찾아 오는 고객 10명 중 5~6명 정도가 돈을 찾아가고 나머지는 분위기만 보고 그냥 돌아가고 있다"며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 설명회를 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일부 고객이 동요하면서 토마토2의 인출 사태는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제일저축은행 등도 인출자 수를 제한하는 등 시간 끌기 방법을 써 최종적으로 사태를 진정시킨 적이 있다"며 "3~4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에도 고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가락동 제일저축은행 본점에는 150여명의 고객들이 몰려와 "내 돈 돌려달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인천의 에이스저축은행에도 오전부터 수백명의 고객이 몰렸다. 일부 예금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괜찮다더니 어떻게 된 것이냐"며 닫힌 문을 발로 차기도 했다. 70대 한 고객은 "아이들의 돈까지 모아 1억원을 맡겼는데 어떻게 하면 좋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한 저축은행에서는 이렇다 할 고객 동요가 없었다. 금융감독 당국의 경영진단이 예상 외로 세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아니면 어느 정도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사인 A사의 경우 객장에 5~6명 정도가 있을 뿐 대기인원도 없었다. 이번에 '조건부 생존' 판정을 받은 저축은행에서도 예금은 인출되지 않았다. 공시가 나오는 이번주가 인출 여부의 중요한 기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 업계의 관계자는 "올해 들어 몇 번의 뱅크런을 거치면서 5,000만원 이상 예금자가 대폭 줄어든데다 학습효과까지 있어 다른 저축은행의 경우 고객의 동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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