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회초리 절전대책 스마트방식으로 전환해야

원전 고장ㆍ정비와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파장으로 전체 원전 23기 중 10기가 멈춰서 전력수급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냉방기 가동이 늘면서 예비전력이 순간적으로 350만kW 미만으로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관심 단계도 발령됐었다. 전력당국은 대기업 등의 협조를 구해 평일 피크시간대 전력수요를 120만∼250만kW 줄이고 배전용 변압기 전압 하향 조정,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 등 비상대책을 시행해 위기를 넘겼다.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을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 없이 넘기기 위해 대형 제조업체와 건물 등에 3~15%의 전력감축 의무화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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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공급이 수요를 웃도는데도 야단법석이니 84만~198만kW 수요 초과가 예상되는 7월 넷째 주와 8월 둘째ㆍ셋째 주를 무사히 넘기려면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제때 생산을 못하거나 전압 하향 조정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피해를 보는 일이 최소화되도록 정교하고 스마트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모체가 될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사용의 제한' 공고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어느 시점의 전력사용량과 비교해 3~15% 감축해야 하는지, 여러 사업장이나 계열사와 한 묶음이 돼 공동으로 감축의무를 이행할 경우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일별(日別) 감축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의무기간 총량감축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해당 기업들이 세부 실행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일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어려운 기업은 7월 말~8월 초에 실시하던 집단휴가를 8월5일 이후로 미루거나 설비 보수작업을 의무기간으로 조정하려면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전력당국은 감축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업체에는 과태료를 물리고 언론 등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모양이다. 원전 안전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려 전력난을 자초했는데도 수요자에게 이용제한ㆍ요금상의 불이익은 물론 과태료 등 회초리까지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제재의 칼날을 무분별하게 휘둘러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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