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50원에 편하게 집에 가니 너무 좋아요"

■ 시범운행 심야버스 타봤더니…<br>"한밤중 택시잡기 걱정 덜어" 대다수 만족<br>택시기사 "지금도 힘든데 손님 더 줄것" 한숨

"이제 한밤중에도 버스가 다닌다는 거죠? 정말 좋네요."

19일 오전2시 구파발 방향 독립문역 버스 중앙차선 정류장. 커다란 짐 두 개를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N37번 버스에 오른 50대 아주머니는 이 버스가 홍제동 집 쪽으로 간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자 큰 횡재라도 한 듯 활짝 웃으며 기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부터 시범운행에 들어간 서울시 심야전용 시내버스(N버스)에 대해 시민들은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일이나 모임 때문에 밤 늦게 귀가해야 하는 서민들에게 N버스는 저렴하고 안전한 발이 돼준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1시50분께 서울 종로거리는 평일 밤이라서인지 인적이 드문 썰렁한 모습이었다. 버스가 끊긴 종로2가 정류장에는 '빈 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만 줄지어 서 막차를 놓친 손님을 기다렸다.

이때 멀리서 파란색 버스가 교차로를 돌더니 점점 정류장으로 다가왔다. 버스에는 'N37'이라고 적힌 표시등이 밝게 빛났다.


송파 차고지를 출발해 대치동ㆍ강남역을 거쳐온 N37에는 10여명의 승객이 흩어져 앉아 있었고 우측 맨 앞자리에는 점퍼 차림의 운수회사 직원이 정류장마다 타고 내리는 승객 수를 꼼꼼하게 적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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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37은 한산한 도로를 여유롭게 달렸다. 독립문역 정류장에서 다섯 명, 홍제역 정류장에서 여섯 명이 탔고 하나 둘 내리더니 오전2시15분 연신내역 정류장을 통과할 때는 네댓 명만 남아 진관차고지(기점)를 향했다.

이날 N37에 탄 시민들은 대부분 시범운행 사실을 모르다 버스에 적혀 있는 동네 이름을 보고 차에 올랐다. 처음 타는 버스가 엉뚱한 데로 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 시민들은 "무악재도 갑니까" "정류장마다 서는 거예요"라며 기사에게 궁금함을 쏟아냈고 이내 안도와 함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대문에서 열린 동창 모임에 참석했다 연신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이상근(64)씨는 "우연히 버스가 오는 거를 보고 바로 탔다"며 "혹시나 택시가 바로 안 잡히면 어쩌나 했는데 이 시간에 단돈 천원으로 편하게 왔다"며 좋아했다.

밤을 가르는 버스에는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호출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대리운전 기사는 "택시나 무허가 셔틀버스를 타면 하루 교통비로 5,000~6,000원을 쓰는데 심야버스를 잘 활용하면 절반 값으로도 충분하다"며 "하루 몇 만원 손에 쥐는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심야버스가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바로 택시기사들이다. 택시를 통해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기사들은 "불경기라 가뜩이나 벌이가 시원찮은데(심야버스 운행으로) 손님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불만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심야버스 등장을 반기고 있다. 직장인 김혜선(37)씨는 "밤 늦은 시간에 택시 잡느라 진을 빼지 않아서 좋다"며 "승차거부를 없애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시범운행 중인 심야버스는 N26(강서차고지~홍대~신촌~종로~청량리~망우로~중랑차고지)과 N37(진관차고지~서대문~종로~강남역~대치동~송파차고지) 2개 노선이며 자정부터 오전5시 사이에 35~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은 카드 기준 1,850원이며 3개월간 시범운행 중에는 1,050원을 받는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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