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사방에 응원부대를
제6보(85～100)
그냥 웅크리고 살기도 좀 거북해진 조훈현은 일단 85로 올라섰다. 여전히 흑대마는 미생이지만 백도 선뜻 칼을 뽑는 것은 모험이다. 잡으러 간다면 가로 파호를 해야 하는데 모양이 사나워서 부작용이 생길 것 같다.
한참 망설이던 창하오는 일단 86으로 응수를 물었다. 바로 이 순간에 조훈현에게서 또 실착이 나왔다. 흑87로 실리를 밝힌 이 수순.
“조국수는 이게 병이에요. 욕심 사납게 실리부터 챙기고 보려는 이 취향 말이에요.”
검토실의 한철균6단이 흑87을 가리키면서 만약 이 바둑을 지면 패착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흑87로는 참고도1의 흑1로 두고 백2면 3에서 7까지로 하변을 단속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백88이 적시의 응징. 흑89로 자중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붙이면 젖히라’는 기훈대로 참고도2의 흑1에 젖히면 백2가 좋은 응수가 된다. 백6까지 될 터인데 미리 슬라이딩해 들어갔던 한 점이 크게 잡히게 되므로 흑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백94는 좌변 흑의 공격을 염두에 둔 또 하나의 응수타진.
“창하오가 사방에 응원부대를 미리 보내놓고서 좌변의 흑을 잡으러 갈 작정이군요.”
검토실 한철균의 말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10/14 1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