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흔들리는 글로벌 자본시장] <하> 모두를 옭아매는 나비효과

'부실' 무관한 곳까지 악영향, 종착지 어디인지도 장담못해


지난 10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날아온 나비 한마리가 한국증시에 폭풍을 일으켰다. 코스피가 4.2% 폭락, 진앙지인 미국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국제금융시장의 인과관계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에 투자한 금액이 2억5,000만달러이고 17~18%의 부실률을 감안할 때 손실규모가 4,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 정도 손실은 한국금융시장의 규모에 비춰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펀드들이 서브프라임 부실에 놀란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에 맞추기 위해 리스크가 높은 신흥시장의 자산을 대량으로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 신흥시장에서 선두격인 한국물은 시장이 좋을 때 가장 선호하고 불안할 때는 가장 먼저 매각하는 물건이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것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의 파괴력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수천마일 떨어진 뉴욕에 폭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는 경제위기의 확산을 설명할 때 활용된다. 진화하는 글로벌 경제는 세계인 모두를 하나로 옭아매고 나비효과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구촌의 누구도 반대편의 경제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벌어진 경제현상이 순식간에 파도처럼 자신의 삶에 밀려오고 있다. 2002년 말 북한의 핵개발 뉴스로 아프리카 남단의 요하네스버그 증시가 요동쳤고 나이지리아 반군의 준동으로 미국 텍사스 운전자가 휘발유 값을 더 내야 한다.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부실이 모기지 시장과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에 그치지 않고 신용경색으로 폭발하더니 글로벌 자본시장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미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된 것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의 뇌관은 모기지 채권을 유동화한 신용파생상품이었다. 모기지 채권을 기초로 한 자산담보부증권(CDO), 모기지 회사에 빌려준 채권을 유동화한 대출담보부채권(CLO) 등 신용파생상품의 부실이 확인되면서 이곳에 투자한 대형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 금융기관이 ‘펀드 런(fund run)’의 희생양이 됐다. 여파는 회사채와 인수합병(M&A) 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악화되면서 국제금융위기로 비화됐다. 나비효과는 부실을 확대 재생산하고 부실의 진앙지와 무관한 분야에까지 도미노처럼 악영향을 미친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차상위 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알트에이(alt-A)’모기지 회사의 청산이 발생했고 프라임 모기지 이자도 7%가량 솟았다. 특히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금융상품의 구조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투자자산 간의 동조화가 심하기 때문에 부실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시장 참여자 모두를 옥죈다. 9일과 10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급자금을 시중에 투입한 것은 서브프라임의 나비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간 서브프라임발 나비효과의 끝이 어디를 향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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