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과 KCC가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78%(148만1,855주)에 대해 주식처분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분쟁에서 현회장측의 경영권 방어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어 정 명예회장과 KCC가 펀드를 통해 보유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에 대해 주식처분명령을 내렸다. 증선위는 또 주식취득과정에서 5% 신고 의무를 위반한 KCC와 정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 검찰에 고발하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은 경고조치했다.
처분명령 대상은 정 명예회장이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의 사모펀드로 보유하고 있던 지분 12.91%(92만742주)와 뮤추얼펀드인 유리패시브주식사모펀드 지분 4.98%(355만5,200주), 유리주피터주식사모펀드 1호 2.06%(14만7,008주), 유리제우스주식사모펀드 1호 0.83%(5만8,905주) 등 총 20.78%(148만1,855주)다.
이에 따라 KCC측의 지분은 36.90%에서 금강고려화학 보유분 14.46%와 금강종합건설의 1.66% 등 총 16.12%로 줄어들게 됐다. 현회장측의 지분은 28.68%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정 명예회장 등은 해당주식을 오는 5월20일까지 장내에서 모두 처분해야 하며 신고대량매매ㆍ시간외매매ㆍ통정매매 등은 금지된다. 다만 취득금지명령은 부과되지 않아 KCC등이 지분 매각 후 합법적으로 장내에서 다시 매수할 수는 있다.
증선위는 제재이유에 대해 정 명예회장과 KCC가 이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6.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1%이상 추가취득할 경우 지분변동신고를 해야하는데도 지난해 10~11월 두 달간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를 통해 115만7,700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고의로 지연 보고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당국은 앞으로 지분을 은밀히 대량 매입해 경영권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고발 및 처분명령을 내리는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금까지 주식처분명령이 내려진 것은 KCC건을 제외하고 지난 97년 신성무역을 포함 모두 7건이지만 펀드를 통한 지분위장 취득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