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역 주변 - 도심 잇는 17개 보행로 신설

서울역고가 공원화 예정대로

"생존권 외면한 전시행정"

인근 주민 반발이 걸림돌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화하는 것은 물론 17개의 보행로를 신설하기로 했다. 단순한 고가공원을 넘어 남대문시장부터 서대문, 만리동 고개 등 노후한 서울역 일대를 되살리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라는 것이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다만 남대문 상인 등 인근 주민들은 교통 대책 마련 전에는 모든 일정을 중단하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서 시가 사업 추진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힘으로써 주민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9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수명이 다한 서울역 고가 총 938m를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생하고 서울역 광장과 북부역세권 등으로 통하는 17개의 보행로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박 시장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발표한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계획에다 낙후한 서부역 주변과 4대문 안 도심을 연계해 인근 지역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을 더한 내용이다.


박 시장은 "나부터도 지난 1973년 가방 하나를 들고 올라와 서울에 첫발을 디딘 것처럼 서울역은 수많은 이들이 떨리는 첫발을 내딛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근현대사의 기록이지만 지금은 환승을 위한 장소에 그치며 섬처럼 고립돼 있다"며 "통행이 불편한 것은 물론 지역이 쇠퇴하고 문화가 단절된 곳이 지금의 서울역 일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과거 남대문 시장 곳곳을 깊숙이 돌아다녀 본 적이 있는데 이대로는 시간문제일 뿐 쇠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며 "서울역 고가공원을 매개로 보행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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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를 위해 17개 보행로를 만들고 퇴계로 접속 부분 고가를 200~300m 연장해 소비인구를 곳곳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17개 보행로는 △남대문 시장 △회현동 △남산 △힐튼호텔 △남대문 △GS빌딩 △연세빌딩 △스퀘어빌딩 △지하철 △버스환승센터 △광장 △국제회의장 △공항터미널 △청파동 △만리동 △중림동 △서소문 공원에 만들어진다. 이와 별도로 침체된 남대문 시장을 위해 '남대문 시장 활성화' 용역을 오는 3월부터 내년 6월까지 추진해 실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통해 명동과 남산 등 서울역 주변이 역사·문화·쇼핑으로 연결되는 도보관광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통 대책도 함께 추진한다. 시는 코레일 주도로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데 발맞춰 대체 교량 설립을 함께 검토한다. 대체 교량은 남대문 시장 상인 등 인근 주민들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다만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사업의 주체가 코레일인 만큼 서울시가 대체교량의 설립 가능성을 장담하거나 시기를 확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는 대체 도로 검토 외에 퇴계로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우회전을 허용해 일부 버스가 서울역을 우회하기 위해 지나치게 먼 거리를 돌아가야 했던 문제점을 바로 잡는다. 우선 604번과 7011번 버스가 광화문에서 유턴해 서부역으로 돌아오는 번거로움을 없애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같은 시 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반대 3개구 주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를 녹지공원으로 조성하면 관광명소가 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며 "인근 4만여명의 소상공인과 지역 주민의 생존권은 외면한 정책 결정의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는 2012년 설계 용역을 완료한 서울역 고가도로 대체도로 건설을 선행하고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계획 등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먼저 시행하라"면서 "이 약속이 이행되기 전까지 공원화 조성사업 추진 계획의 모든 일정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와 관련, "그간 시민들과의 다소 소통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고가포럼·고가레포트 등 소통 수단을 정례화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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