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고고도 요격 미사일


방패(防牌)는 방어용일까 공격용일까. 단어 자체는 전자(前者)의 의미를 담고 있으나 때론 공격무기로도 쓰인다. 근대 이전까지 육박전의 필살기로 통했던 방패 내려찍기는 한국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 시위진압 경찰들에게도 이어졌다. 영화 설국열차의 주인공으로 국내 팬이 적지 않은 배우 크리스 에반스가 주연한 전쟁영화 '퍼스트 어벤저'에서도 방패는 총알도 막고 투척하면 무엇이든 뚫는 만능병기로 등장한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방패를 치명적 공격무기로 여겼다. 대륙간탄도탄(ICBM)을 막아내는 요격미사일(ABM) 숫자를 제한하는 협정을 맺을 정도로 두 나라는 상대방의 요격능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방어가 가능하면 마음 놓고 선제 공격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서로 방패를 내려놓으면 무서워서 함부로 도발할 수 없다는 '공포의 핵 균형'아래 방패(요격미사일)는 적극적 공격 의지와 동일어로 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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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고고도 요격미사일의 성능은 과거와 비할 바가 아니다. 목표물의 근처까지 날아가 핵폭탄을 터트려 요격하던 방식과 달리 요즘에는 목표를 직접 맞추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총알을 총알로 잡는 격인 고고도 요격미사일의 최고봉은 미국제 SM-3 미사일. 이지스함에서 발사된 마하 8의 미사일이 성층권에서도 적 탄도미사일을 맞출 수 있다. 미국이 구상하는 미사일 방어(MD)망의 핵심으로 보유국가는 미국과 일본 둘뿐이다.

△국방부가 SM-3 미사일의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기존의 방공망으로는 북한의 탄도탄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촘촘한 방공망 구축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두 가지 문제가 숨어 있다. 첫째는 예산. 한 발의 가격이 2,400만달러에 달하는 SM-3 미사일을 얼마나 사들일 수 있을까.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의 소프트웨어를 고치는 데도 거액이 들어간다. 둘째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한국의 방패를 방어용으로만 여길까. 러시아는 초고성능 고고도 요격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중국은 SM-3 방어막을 돌파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을 장담한다. 2,200여년 전 기술된 한비자 36편 난편(難篇)의 고사가 떠오른다. 모순(矛盾)./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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