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라중 삼호조선소(기업 지방화 전략)

◎목포상가 매달10일 대목장선다/직원6,000명 봉급100억풀려 매출 “껑충”/「기능훈련원」 개설… 현지출신 채용확대/협력업체2곳 사내입주 기술이전·봉사활동 강화도목포지역 상가는 매달 10일 대목을 맞는다. 이 지역 최대기업인 한나중공업 생산직 근로자들이 급여를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이 되면 1백억원에 가까운 돈이 풀리면서 인구 25만명이 채 안되는 목포시 지역경제는 활기를 띤다. 이 지역 상인들은 한라의 직원들보다 먼저 이 날을 챙긴다. 한라중공업이 파업이라도 해서 급여가 제대로 안나오면 거리가 한산해지고, 지역경제에 찬바람이 분다. 한라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결코 과장된게 아니다. 실제 수치로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1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0∼40% 정도 늘어난 1조5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공업에서 차지하는 조선의 비중이 40%라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수출액은 약 6천억원(상반기중 2천여억원) 정도. 지난 상반기중 목포세관을 통한 수출액 2억8천5백만달러(약 2천6백억원)중 76%를 한라중공업에서 수출했다. 목포상공회의소가 집계한 목포지역권에서 종업원 2백인 이상의 기업은 한라를 포함해 11개사이며 이들 기업에 근무하는 종업원은 1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한라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6천여명이다. 한라가 전체의 60%를 고용하고 있는 셈. 한라중공업은 지역내 확고부동한 최고의 매머드 기업으로서 목포시를 「한라시」로 바꿔 놓고 있다. 한라를 빼놓고는 이 지역 경제를 말할 수 없다. 지난 95년 한라가 영암에 자리잡으면서 삼호, 대불 등 목포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도시가 미분양 아파트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는 미분양아파트를 찾아볼 수 없다. 이 지역만은 오히려 아파트 값이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공업 창립 이후 매년 2천∼3천명씩 인력이 늘어나고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목포시는 이에따라 오는 98년 분양예정으로 하당지역에 20만평, 2000년 분양목표로 옥암지구 1백만평을 택지로 조성하고 있다. 한라도 독신자들을 위한 기숙사(1백70세대)와 아파트 1천2백51세대를 마련해 공급했으며 내년초까지 아파트 2천72세대를 추가로 완공, 분양할 예정이다. 목포에서는 여관잡기가 어렵다는 말을 한다. 한라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서울에서 근무하던 임직원 6백여명을 영암군에 있는 삼호조선소로 발령을 내면서 목포지역의 여관방이 완전 동났기 때문. 조선소 발령을 받은 직원 가운데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여관에 투숙하고 있어 빈방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 한라는 지역내 최대기업으로서 목포지역 인력고용기회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목포권 대학 및 기능인력의 채용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으며 조선소내에 이 지역 고교출신자들을 대상으로 인재양성을 위한 기능훈련소를 운용하고 있다. 이 훈련소는 6개월과정의 직업기능 교육기관으로 현재까지 7백여명을 배출했다. 한라는 이들 훈련소 출신들을 대부분 채용, 지역인력 고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 현재 이 훈련소에는 6기·69명이 교육중이다. 한라중공업은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내에 협력업체 2개사를 입주시켜 기술이전을 하고 있으며, 지역 34개 업체로부터 부품을 납품받고 있다. 지역기업으로 더욱 튼튼히 기반을 다지기 위해 소모품은 가능한한 지역에서 조달해 지역업체들을 육성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역발전회의 등 지역유지들의 모임에 강경호부회장과 최길선사장 등 중공업 고위간부들이 참석하는 것은 당연시 되고 있다. 한라의 문제가 바로 지역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 8월에는 림광행 목포지방상공회의소회장(보해양조 대표)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입찰과 관련, 한국가스공사에 전달할 항의문을 들고 서울까지 원정을 하는 연대를 보이기도 했다. 목포지방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목포지역 최대기업이며, 호남지역의 유일한 대형 조선업체인 한라가 성장해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정서에 따른 것이다. 당시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한라는 LNG선을 수주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이 일은 한라중공업이 지방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한라는 또 지역사회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지역 백혈병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라중공업 사회봉사단체인 「사랑이 있는 푸른 세상」은 백혈병 어린이 후원단체로 지난 5월에는 「백혈병 어린이 돕기 록그룹 시나위 콘서트」를 개최, 2천5백만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사랑이 있는 푸른세상」은 이 기금을 토대로 후원금을 계속 모아 더 많은 백혈병어린이에게 생활보조비와 수술지원금, 혈액증서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사진동호회 등 사내모임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매월 실시되는 영산강 하구 청결운동 등도 지역민과 함께 하는 운동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목포=채수종 기자> ◎한라그룹 지방화 전략/전국8대권역화 「협의체」 자율적 운영… 낙후지 대학설립등 우선 추진 한나그룹의 지방화전략은 지난 95년 발족한 「한라그룹지역협의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협의회는 전국을 △경북·대구 △부산·경남 △충남·대전 △충북 △전남·광주 △전북 △강원 원주·춘천 △제주 등 8대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책임자들이 한달에 한번씩 정기회의를 통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라는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전남지역과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지방화를 추진하되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끌고 국민의 「삶의 질」향상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룹은 90년대 들어서는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와 한라펄프제지 신문용지 생산공장이 자리잡고 있는 영암지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목포지역 최대기업인 한라중공업이 지역경제를 이끌고 있으며 한라펄프제지가 새로운 중심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또 한라건설이 목포 신항만 민자사업자로 지정되어 총사업비 1천2백억원을 투자, 3만톤급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다목적 부두와 32만4천 평방미터 규모의 배후부지를 건설하고 있다. 정몽원회장은 한달에 20여일을 영암 삼호조선소나 옥계 시멘트공장, 음성 중장비공장 등 지방사업장에서 보내고 있다. 그룹의 미래가 이들 지방사업장에 달려있다는 생각에서다. 정인영 명예회장이 휠체어에 의존하는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해외출장 전후에 반드시 삼호조선소를 찾아 현장을 돌아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라시멘트와 한라콘크리트가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있는 강원도에서도 지역인력의 고용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97년에 4년제 정규대학으로 승격된 한라공과대학(95년 개교)을 통해 인재양성과 산업인력의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한라는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앞으로 각 지역협의체 중심으로 지방화 전략을 자율적으로 시행해 나갈 예정이다. ◎인터뷰/최길선 한라중 사장/소속감·단합 잘돼 노사 “분쟁은 없다”/지역민 삶 향상 복지센터 곧 건립 『한라중공업은 전체 인원의 70%가 호남사람들이다. 지역과 회사 소속감이 일치돼 단합이 잘되는게 강점이다. 회사가 잘돼야 고향도 발전한다는 생각이 노사문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길선 한라중공업사장은 『나머지 30%의 비호남출신들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사장은 『한라는 지방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삼호에 본사를 두고 있다』며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최근 서울에 있던 영업부문까지 삼호로 이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최사장은 또 『한라는 목포지역 최대기업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를 포함해 종업원이 6천여명에 이르고 있다』며 『영암에 삼호조선소가 들어선후 계속 줄어들던 전남지역의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지역경제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울산지역에서 차지하는 현대의 비중보다 목포지역에서 차지하는 한라의 비중이 더 크다』며 『그동안 조선소의 본격적인 가동문제로 지역봉사는 다소 수동적이었으나 앞으로는 지역봉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면접시 지역연고를 참고하는 등 가능한한 지역인재들의 선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사장은 『이 지역에 취약한 복지시설 마련을 위해 오는 98년초 목표로 영화관, 수영장, 볼링장, 백화점 수준의 상가 등이 있는 복지센터를 건립하고 있다』며 『지역민과 함께 숨쉬는 한라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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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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