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거래 열풍이 은행권으로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촉발된 온라인 거래가 주식시장에 이어 전통적인 은행권의 거래관행마저 무너뜨릴 수 있을지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2위의 인터넷 증권사인 E*트레이드는 1일 미국 최대의 무점포 인터넷 은행인 텔레뱅크 파이낸셜사를 18억달러에 인수, 기존 은행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오는 7월부터 온라인 거래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E*트레이드가 온라인 주식거래 부문의 경쟁 격화를 우려해 은행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E*트레이드의 최고경영자 크리스토스 M. 코차코스씨는 이날 전문가들의 분석결과를 인용, 『온라인 뱅킹 구좌가 매년 63%씩 증가해 오는 2002년에는 1,500만개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기존의 대형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그다지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텔레뱅크조차 개좌수가 7만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비해 웰스파고는 지난 95년부터 온라인 뱅킹업무를 제공, 온라인 고객이 84만명에 달하고 체이스 맨해튼도 지난 97년부터 인터넷 구좌를 개설, 40만명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E*트레이드의 등장으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전문적인 마켓팅 기술을 보유한 E*트레이드가 텔레뱅크를 인수할 경우 100만명이 넘는 기존 온라인 주식거래 고객에게 은행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트레이드의 코차코스 회장은 『앞으로 개인 금융서비스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인터넷 서비스 분야의 경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대형은행들은 향후 인터넷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강화할 방침이다.
미국 최대은행인 시티뱅크는 올 하반기 투자, 은행, 보험업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할 방침이며, 미국 6위의 퍼스트 유니온은행은 전통적인 창구업무를 줄이기 위해 올해 최소한 1억5,000만달러를 인터넷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 5위의 뱅크원도 최근 기존 은행의 인수보다 인터넷 부분을 강화하는 쪽을 사업전략을 수정했다.
일부에서는 인터넷이 증권사의 주식거래 서비스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지만 은행업무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은행들은 이미 10년전부터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ATM기의 보급으로 사실상 전통적인 거래 관행이 크게 바뀌었고, 수수료 인하가 주목적인 주식거래자들과 달리 은행고객들은 안전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ATM기 생산업체인 NCR사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PC를 이용해 은행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은 11%에 불과한 반면 온라인 거래구좌를 이용한 주식거래자는 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과 2~3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주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듯이 은행권이 온라인 뱅킹이라는 새로운 돌풍에 휩싸일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형주 기자 LHJ30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