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고수의 끝내기 감각

제9보(138~165)


백38은 엄청나게 큰 곳이다. 이 수를 게을리 하다가는 참고도1의 흑1 이하 5의 큰끝내기를 당한다. 안팎으로 계산하면 10집이 훨씬 넘는 곳이다. 흑39는 진작부터 노리던 수. 원래 이곳은 백이 먼저 43의 자리에 두는 것이 절대선수였는데 기회를 놓쳐 흑에게 큰끝내기를 허용하게 되었다. 백40을 희생타로 삼아 백44로 연결한 것은 부득이했다. 백60으로 가만히 내려선 수에 최철한의 노림이 엿보인다. 필자와 함께 이 바둑을 검토한 윤현석9단은 이 부근의 진행에 대해 감탄을 했다. “이곳에서 최철한과 장쉬가 보여준 수순들은 미묘하고 섬세합니다. 최철한은 이창호나 박영훈에 못지않은 끝내기의 전문가니 그렇다고 치고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장쉬의 섬세함입니다.” 최철한이 은근히 주문한 것은 참고도2의 흑1로 몰아 달라는 것이다. 이것이라면 나중에 백이 A를 들여다보는 것이 절대선수가 된다. 흑은 B로 응수하지 않을 수 없고 중앙쪽 흑대마가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흑대마가 끊어진다고 해서 흑이 곤경에 처하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쉬는 자기의 권리인 단수(참고도2의 흑1)를 보류했다. 이제는 백이 역으로 1의 자리에 미는 것이 역선수 2집끝내기로 남게 되었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장쉬는 짐짓 이곳을 외면하고 있다. 눈앞의 이득보다는 꺼림칙한 뒷맛을 중시한 고수의 끝내기 감각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