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투자와 채용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며 '공격경영'에 나선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장기화된 검찰 수사로 불거진 그룹 위기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은 올해 공격적 투자를 통해 하이닉스 정상화를 달성함으로써 전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나섬으로써 국가적인 과제인 '에너지 안보'에도 적극 기여할 계획이다.
◇공격 투자로 위기 돌파한다=SK그룹이 5일 발표한 사상 최대 규모의 올해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공격 경영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신년 미팅에서 "글로벌 환경 변화보다 빠른 속도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핵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모든 관계사가 나서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기업은 모두 준비된 상태에서 앞만 보고 달려나가고 있는 반면 SK는 이미 지난해 말 마무리했어야 할 투자와 채용, 조직개편을 포함한 새해 경영계획 수립이 지연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각 계열사별로 빠른 시일 내에 투자와 채용 규모 등을 획기적으로 늘린 경영계획을 수립해 보다 공격적으로 경영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당부는 5일 '사상 최대 투자' 계획으로 현실화됐다. 이날 SK그룹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9조1,000억원의 투자계획을 확정 지었다. 이는 3조원에 불과했던 10년 전 투자금액에 비해 무려 6배가 넘는 규모다. 올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역시 10년 전 3,000억원보다 6배 많은 약 1조8,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SK는 2004년 이후 성장기반 확보 차원에서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투자 증가율을 유지해오고 있다.
◇자원 부국 경영에도 앞장선다=올해 SK그룹의 투자계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단연 자원 개발이다. SK는 올해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위한 자원개발 분야에만 2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투자금액 1조3,000억원보다 8,000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기업이든 국가든 자원 없이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자원부국 경영'을 확대하기 위한 최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그룹의 자원개발 투자는 2004년 최 회장이 "무자원 산유국을 이룩하자"고 선언한 뒤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04년 700억원이던 자원개발 투자금액은 2008년 5,000억원에 이어 2010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으며 이후 불과 2년 만인 올해 두 배가 늘어난 2조원을 돌파했다.
SK그룹이 이처럼 자원개발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내수 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에 성공할 경우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자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신념 아래 지난해 지하갱도 400m 아래의 호주 석탄 채광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해외 자원개발 현장을 찾아다니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메이저 자원개발업체가 대규모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올해 SK가 자원개발 투자를 대폭 늘린 원인이 됐다. 현재 셰브런ㆍBPㆍ코코노필립스 등 해외 석유메이저업체는 정체된 자원개발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심해유정이나 가스전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김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