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中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100가지 사건

■ 중국사 산책 (쑨테 지음, 일빛 펴냄)


송나라 시대에 등장한 '이학(理學)'은 불교ㆍ도교사상이 유가의 철학 속으로 스며들면서 나타난 새로운 유학의 한 학파로 '존천리, 멸인욕(存天理, 滅人慾)', 즉 '하늘이 이치를 따르고 인간의 욕망을 말살한다'는 이론을 펼쳤다. 하지만 송나라와 명나라를 통 틀어서 가장 대표적인 도학자였던 주희는 이론과 다르게 자신은 여자들과 마음껏 염문을 뿌리면서도 가난하고 힘 없는 백성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욕망을 억누르게 만들었다. 이학의 이념이 강자가 약자를 억누르고 상위층이 하위층을 제압하는 무기로 사용됨으로써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을 격화시켰던 것이다. 황제가 나라를 다스리던 시대부터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까지 5,000여 년에 이르는 중국의 역사를 총 집결한 책이 나왔다. '중국 역사의 전설적인 여성 38인', '근현대 중국에 영향을 준 50인의 외국인'등 중국 역사관련 서적을 펴낸 저자는 방대한 중국의 역사를 11개 시대로 나누고 여기서 중국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100항목의 사건을 선별해 책을 구성했다. 서역로를 개척한 장건의 이야기나 아편전쟁 사건 등 세계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저자는 중국 역사에서 인류 역사에 영향을 끼친 사건들이 대부분 정치, 전쟁, 혁명 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인류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결코 통치계급에 의해 독점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종이 제조술이나 화약의 발명 등은 통치계급에 의한 것이 아니었으나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또 당시에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후대에 재평가되거나 당시에는 중요한 일이었으나 후엔 어떤 의의를 갖지 못한 사건들도 많다. 가령 저명한 여행가 서하객(徐霞客)은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놀고 먹는 방탕자에 불과했으나 수백년 후 중국 최고의 여행가로 재평가를 받았다. 책은 단순히 중국 역사의 흐름만 담은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이념ㆍ제도ㆍ문학ㆍ과학ㆍ무역ㆍ탐험ㆍ인구ㆍ철학ㆍ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각 항목마다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라는 글을 실어 역사적 사건이 당시 사회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미친 영향을 평가하고 역사의 의미를 좀더 깊게 생각하도록 돕는다. 저자가 중국 역사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이나 통찰이 있지는 않고 77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중국 역사를 한 권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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