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8월 5일] '저출산 대책' 시간이 없다

국내 여성들 '출산 기피' 심각 <br>예산 늘리고 자원 최대한 배분을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간한 흥미로운 보고서 '인구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산업의 대응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2인 가구 비중이 지난 2000년 34.7%에서 2008년 43.1%로 8.4%포인트 증가했지만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평형 주택 공급은 같은 기간 동안 78.3%에서 69.4%로 오히려 8.9%포인트 감소해 대규모 미분양을 자초했다. 상당수 사람들은 만혼 분위기 속에 독신가구가 증가하는 최근의 추세를 읽지 못한 일부 건설회사의 실수에 혀를 차겠지만 한국의 '저출산 대책'은 이 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 듯하다. 최근 통계청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의 신생아 수는 46만6,000명에 그쳤고 여성의 합계 출산율 역시 1.19명으로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수준(2.1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특히 한국의 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83년의 일이기에 이미 25년 이상 지속된 저출산 기조로 장래 한국경제는 대단히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간된 '어드레싱 코리아스 롱텀 피스컬 챌린지스(Addressing Korea's Long-term Fiscal Challenges)'라는 보고서에서 현재의 저출산·노령화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될 경우 오는 2020년을 고비로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한편 정부의 부채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00%를 초과해 사실상 '국가파산'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한국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출산의 원인을 추적한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출산과 결혼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한 가지 요인으로 지목했다. 2008년 기준으로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83.5%에 이르러 남성(83.5%)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3.3%로 남성(92.5%)에게 크게 뒤처지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에 출산한 기혼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맞벌이를 할 확률이 무려 25.3%포인트 낮았다. 특기할 만한 일은 가구주 또는 배우자의 부모가 함께 사는 기혼여성의 맞벌이 확률은 그렇지 않은 기혼여성에 비해 19.3%포인트 높아 육아 및 가사 문제가 해결된다면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출산을 낳는 각종 사회적 장벽(임금격차 축소, 보육여건 개선, 교육비 경감 등)을 제거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배정한 예산의 규모는 어떤 수준인가. 보건복지가족부의 2009년 예산에서 보육 관련 지출로 할당된 것은 1조7,104억원에 불과했다. 물론 이 금액은 2008년에 비해 무려 16.5%나 늘어났지만 전체 예산 273조8,000억원에 비하면 0.6%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다. 설령 기초노령연금 지급 등 노령화 관련 예산 3조1,159억원까지 감안하더라도 전체 예산의 1.7%에 그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독신가구의 증가를 외면한 채 대형 평형 주택만 공급한 일부 건설회사를 비웃을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대책을 수립하고 자원을 최대한 배분해야 한다. 15∼64세의 근로인구는 불과 10년 뒤부터 줄어들며 또한 대책마련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재원(세수)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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