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기저점 어디냐” 관측속 분지형경기론 확산

◎“U자형 경기” 바닥 길어진다/구조조정 영향 생산·재고 동시증가/교역조건 회복돼야 “탈출” 가능성국내 경기가 언제쯤 본격 회복될 것인가. 이같은 의문에 대해 대다수 전문예측기관은 국내경기의 순환패턴이 종전 V자형에서 U자형으로 바뀌어 저성장 침체양상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분지경기」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한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금(2·4분기)이 이번 경기순환의 바닥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상당수 연구기관들은 올 하반기나 되어야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기관들은 이번 순환사이클상 저점이 정확히 언제냐보다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기가 언제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 경제의 구조적 경기침체 양상에 비춰 향후 경기사이클은 바닥지점이 수개월간 계속되는 「분지경기」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지난 70년 이후 5번의 경기순환기를 거친 우리경제는 지난 93년 1월부터 제6순환기가 진행중이다. 제6순환기의 정점은 재고증가율 등을 감안할 때 지난 95년 3·4분기경으로 예상돼 현재 경기하강국면이 2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과거 5번의 경기순환기중 평균 확장기는 33개월, 수축기는 17개월로 집계되고 있다. 하락기간이 가장 길었던 제2순환기(79년 2∼80년 9월), 제3순환기(84년 2∼85년 9월)도 19개월에 그쳐 이번 사이클의 하강기간이 사상 최장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제6순환기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정점 부근에서 호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고원경기」가 나타났고 경기저점에서 「분지경기」가 나타나는 「U자형」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생산이 지난 95년 1·4분기 14.4%, 2·4분기 12.4%, 3·4분기 13.2% 등 경기정점 부근에서 장기간 호황국면을 지속해 「고원경기」상태를 나타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기준으로할 때 이러한 고원상태는 96년 1·4분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고원경기는 반도체 철강 등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해외로부터의 수출수요가 주도했다. 또 반도체(16메가D램) 가격이 개당 5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교역조건의 이례적 호조로 기업 수지가 대폭 개선돼 소득증가를 통한 민간소비를 촉진한 것도 고원경기를 지속케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경기순환 국면의 또다른 특징은 경기가 바닥을 친 후 곧장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상당기간 저성장상태를 유지하는 「분지경기」 상태를 지속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 16일 능률협회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경기순환 국면으로 보면 현재 우리 경제가 저점에 거의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나 저점에 이르렀다하여 상승국면으로 신속하게 전환되기보다 상당기간 침체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이 경기전개의 행태가 V자형에서 U자형으로 바뀐 것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개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제6순환기에 우리 경제는 극심한 경기양극화 현상을 겪었다. 산업생산증가율이 중화학공업은 지난 94년 13.9%, 95년 15.8%, 96년 11.6%의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경공업생산은 지난 94년 3.1%, 95년 0.9%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2.5%를 기록하며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이에따라 과거 경기순환국면에서 경공업을 중심으로 수급상황에 따라 신속한 생산·재고 조정이 일어나던 V자형 경기사이클 형태에서 대규모 장치산업인 중화학공업중심으로 수요(판로)가 부진해도 「밀어내기식 생산」을 지속하는 양상으로 경제구조가 변한 것이다. 과거와 같이 경기회복국면이 가까워 오면서 생산이 늘고 재고 줄어드는 형태가 아니라 생산과 재고가 동시에 증가하는 국면이 지속됐다는 것. 지난해 우리 경제는 연평균 8.5%의 산업생산과 14.5%의 높은 재고증가율을 기록했고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이어져 올 1·4분기에도 산업생산 증가율은 7.1%, 재고증가율은 13.8%를 각각 기록중이다. 최근 진로를 비롯한 중견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도 결국 이같은 경기순환구조 패턴의 변화로 인해 생산된 제품이 제대로 팔리지않아 자금사정이 악화된 것이 중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물량기준으로 집계된 산업생산과 경제성장률이 하반기 이후 일단 회복국면에 진입해도 반도체가격의 하락 등 교역조건 악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실제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냉랭한 수준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이형주> □전문가 진단 ◎김준경 KDI 연구위원/수출·내수 경기양극화 다시 심화/반도체회복 불투명 저점 이르다 현시점에서 경기저점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수출과 내수의 경기양극화가 다시 심화되고 있는데다 지난해 경기둔화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는 반도체산업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내수는 여전히 침체상태에 놓여 있다. 임금이 동결되고 명예퇴직등 불안감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인해 기업 투자면에서도 당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지난해 환율이 15%나 절하되면서 올해초부터는 이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데다 세계경기도 호전돼 수출전망은 상당히 밝다. 단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일부 품목은 확실히 저점을 통과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반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지금은 경기저점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볼 수 있으며 올 3·4분기에는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성장률등 지표상으로는 1·4분기가 최악을 나타내고 2·4분기부터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이는 내수침체가 성장의 견조한 상승세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수출이다. 올 3·4분기부터 원화 절하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수출이 상당히 회복돼 성장률도 6%대로 재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경기는 하반기내에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다. ◎양재열 대우전자사장/경상수지적자 3개월째 감소 추세/유가안정·원절하 등 회복 “청신호” 「고비용­저효율」이라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지난해말부터 심화된 경제불황은 올해에도 쉽사리 회복되리라고 전망하기가 어렵다. 각 경제연구소들도 경기회복이 내년에나 돼야 이뤄질 것이라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초부터 재계 30대그룹인 한보가 부도나면서 한국경제에 크나큰 충격을 주더니 이 충격이 가시기 전에 연이어 삼미철강의 부도, 진로그룹의 경영악화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로인해 금융권에서는 대출을 꺼려하고 자금난에 허덕이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서 경기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가 오름세로 반전되는 등 한국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조짐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그리고 경상적자 규모가 지난 2월 이후 연 3개월째 축소되고 있는 등 점차 개선되고 있다. 국제환경도 선진국의 활황으로 수출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국제유류가격도 안정되고 있으며 원화절하로 인한 우리상품의 가격경쟁력도 살아나고 있어 경기회복의 청신호를 주고 있다. 문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달려있다. 지금의 불황을 우리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아 각자가 조금씩 희생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살려나간다면 우리경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이형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