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벙커C유 값 급등… 정유사 "정제마진 악화 어쩌나"

고도화 설비 증설 붐 따라 리터당 862원 1년새 41%↑… 세전 휘발유값과 큰 차 없어<br>"재처리 않고 그냥 파는 게 더 이익되는 상황 올 수도"


정유업계에 벙커C유를 휘발유와 경유로 바꿔주는 고도화설비 붐이 일면서 벙커C유 가격이 급등하자 정유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고도화설비의 원료로 벙커C유가 들어가다 보니 시중에 풀리는 벙커C유의 공급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 고도화설비의 원료인 벙커C유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정제마진이 악화된다. 벙커C유의 오름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차라리 고도화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파는 게 나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고도화설비의 정제마진이 악화돼 정유사들의 고민이 커지는 것은 물론 벙커C유를 연료로 하는 선박, 건설 중장비, 화력발전 등의 분야에서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벙커C유 평균 가격(세전)은 리터당 862원63전으로 1년 전에 비해 41.1% 올랐다. 같은 달 휘발유 세전 평균 가격(907원70전)과의 차이가 45원에 불과하다. 올 초만 해도 144원 차이가 났다. 심지어 5월의 경우 벙커C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높은 역전현상까지 벌어졌다. 국제시장에서의 벙커C유 가격도 4월 이후 배럴당 100달러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14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7~8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110달러선으로 30달러까지 차이가 나던 원유와 벙커C유의 가격차이는 현재 5달러 안팎으로 좁혀졌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벙커C유 가격이 원유보다 비싸져 그대로 파는 게 수익성이 더 좋은 구조로 바뀔 수 있다. 황 함량이 많고 품질이 떨어지는 벙커C유는 원유보다 훨씬 싼데다 수요부족으로 남아도는 '애물단지'였다. 이 때문에 국내외 정유사들은 10여년 전부터 벙커C유와 같은 중질유를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ㆍ경유 등 경질유로 바꾸는 고도화설비 증설에 나섰다. 이달 1일 현대오일뱅크가 제2고도화설비를 완공해 업계 최고의 고도화율(30.8%)을 달성했다. GS칼텍스는 제4고도화설비를 짓고 있으며 오는 2013년 완공되면 현재 28.3%인 고도화율이 35.3%로 높아져 업계 최고가 된다. S-OIL은 일찌감치 고도화설비 건설에 나서 25.5%의 고도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SK에너지의 경우 중대형 2차전지, 친환경 플라스틱 등 비(非)정유 부문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해 고도화율(19.4%)은 상대적으로 낮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유업계에 고도화설비 증설 바람이 불면서 벙커C유 가격이 올라 고도화설비 정제마진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벙커C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고도화처리를 하지 않고 판매하는 게 더 이익이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노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