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회에 갇힌 한미FTA] "불법점거가 민주주의냐" "3분간 무슨 토론하나" 與野 고성만

서로 입장 강요하며 대립<br>외교통상위 회의장 2년전 상황으로 돌아가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심사를 위해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의실을 점거해 무산시키고 있다. /오대근기자


18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고성이 오가며 외통위 회의장은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전날 무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끝장토론 재개를 두고 여야 의원들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토론은 없고 서로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대한민국 국회의 바뀌지 않는 자화상을 다시 한번 국민에게 보여줬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은 위원장석을 점거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앞에 서서 이 대표를 노려봤다. 그는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비준안 처리를) 못하겠다고 하시면 안 된다"며 "불법으로 점거하는 것이 민주주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질의 시간까지) 3분만 주어지는 것이 토론인가. 국민이 그것을 보고 토론이라 생각할지 의문스럽다"고 응수했고 내려가라고 소리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다수로 밀어붙이는 것이 민주주의냐"고 반박했다. 결국 남 위원장은 위원장석 앞에 서서 회의를 진행했고 여당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정옥임 의원은 "위원장이 자리에서 쫓겨나 회의를 진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 뒤 "오늘 불법 사태에 대해 반드시 의법처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민노당 의원들이 한미 FTA가 아니라 미국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며 "반미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쏘아붙였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우리 국회가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정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발언권을 요구했으나 남 위원장이 자기 자리에서 발언하라며 거부했다. 이들은 "이것은 회의가 아니다(이정희 대표)" "여야가 합의한 후 의사일정을 잡아라(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간사 협의를 위해 정회된 사이에는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과 김선동 민노당 의원 사이에 끝장토론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구 의원은 "저도 물리력을 동원하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강행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 잘 알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이에 김 의원이 "끝장토론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라"며 물러서지 않았고 구 의원은 "계속 이렇게 (점거를) 하면 강행처리를 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갑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부끄럽지도 않느냐. 두렵지 않으면 끝장토론에 응해야 한다"며 "협정문을 읽어는 봤느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말만 듣고 가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이 "끝장토론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 자기 주장만 듣고 남의 말을 안 들으려는 것이 끝장토론인 것처럼 들린다"고 맞섰다. 이에 앞서 오전에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하는 과정에서도 여야 간 설전이 이어졌다. 유 의원은 "이곳은 소위원회가 열리는 장소인데 할 말이 있어도 점거를 한 것은 유감"이라며 "이러지 않고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동철 민주당 의원이 "이런 상황이 왜 왔느냐"며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을 여야 합의 없이 안건에 넣은 점을 지적하며 "(여야가) 합의한 일정은 통상절차법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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