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뮤지컬 바람이 불고, 공연가에는 대박 영화 뮤지컬 만들기 붐이 일고 있다. 제작비가 많이 들고 관객들의 반응도 ‘냉냉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꺼려왔던 뮤지컬 영화가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고 한국 영화 관객 신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가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등 영화와 뮤지컬의 영역 허물기 작업이 한창이다. 충무로 뮤지컬 바람의 신호탄은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된 ‘삼거리 극장’. 전계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영화를 보겠다고 집을 나간 할머니를 찾기 위해 낡아빠진 삼거리 극장으로 들어간 소녀 ‘소단’이 겪는 이야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록키 호러 픽쳐쇼’를 버무린 기괴하고 유머러스한 영화. 노장 배우 주현이 등장하는 ‘구미호 가족’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엽기 뮤지컬 코미디라는 구호를 내세운 구미호 가족은 인간의 간을 구하러 나온 어설픈 구미호들이 서커스단을 차려놓고 벌이는 한판 소동이 줄거리다. 8월 중순 개봉을 앞둔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도 뮤지컬 냄새가 짙게 풍기는 작품. 노래와 춤으로 관객들이 지루해 할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할리우드 장르 가운데 유독 뮤지컬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충무로가 뮤지컬에 기웃거리기 시작한 건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뮤지컬 열기 때문. 지난해 뮤지컬 시장이 유료 관객 100만명을 넘어서고 매출 규모가 1,000억원을 웃돌면서 돈 냄새를 맡은 충무로가 뮤지컬에 조심스럽게 한 발짝 다가서기 시작했다. 영화 ‘친구’를 만든 충무로 메이저 영화사 ‘씨네라인-투’는 얼마전 아예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폴인러브’ 를 제작해 무대에 올렸다. 반대로 뮤지컬 시장에선 영화 따라잡기가 한창이다. 극장 관객동원 신기록을 세운 ‘왕의 남자’는 뮤지컬로 만들어져 11월 무대에 오른다. 만화 바람의 나라를 뮤지컬로 만들어 화제를 불러 일으킨 서울예술단이 이번엔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인 ‘이’를 골격으로 뮤지컬 ‘이’를 무대에 세운다. 공길 역에는 뮤지컬 스타 엄기준과 최성원, 금승훈이 캐스팅됐고 연산군 역은 뮤지컬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오만석과 김법래가 뽑혔다. 영화사 MK픽처스도 98년에 개봉한 영화 ‘조용한 가족’을 뮤지컬로 만들기로 했다. 또한 싸이더스FNH는 극단 악어컴퍼니와 손잡고 영화 ‘싱글즈’와 ‘은행나무 침대’를 조만간 뮤지컬로 옮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