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 자본시장 재정립 좌담회
"간접ㆍ장기투자 위주로 수급구조 바꿔야"연기금 주식투자등 수요기반 늘려 변동성 축소지수 동조화현상 심해… 종목투자 유도도 필요유가증권 포괄주의등 증권규제 과감히 개혁업계도 상품개발ㆍ자산운용등 경쟁력 키워야
1부 주식투자 개념 바꾸자
주식도 저축이다
노후 플랜을 짜자
페어게임 룰 보강해야
'주주중시 경영'의 참뜻
2부 슈퍼증권·투신사 나올 때다
시장지배력 높여줘라
히트상품이 나오게 하자
역차별을 없애라
3부 새로운 수요기반 늘리자
연기금 투자확대 걸림돌들
퇴직연금 도입 서둘러야
“장기ㆍ간접투자 위주로 수급구조를 바꿔야만 자본시장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6일 창간기획특집‘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 시리즈의 일환으로 실시한 좌담회에 참석한 박상용 증권연구원장(연세대 경영대 교수), 윤용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윤석현 명지대 경영대 교수, 최현만 미래에셋 대표는 한결같이 “한국 자본시장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박 원장?특히 “우리 자본시장은 지나치게 단기ㆍ직접투자에 치중해 변동성이 너무 높다”며 “이 때문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쌓여질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 및 최 대표 역시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면서 ▦간접투자의 활성화 ▦연기금 등 기관들의 적극적인 증시참여 유도 ▦증권사의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투자은행 육성 등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는 등 주식시장 주변 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것을 계기로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 확대 등 자본시장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와 차별을 철폐해줄 것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이와 함께 증권ㆍ투신사들도 위탁매매거래 위주의 업무관행에서 벗어나 다양한 투자상품개발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가는 자기변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한국증권연구원장= 현재 국내 자본시장의 문제점은 수요기반이 취약해서 발생하는 문제와 이에 대한 원인들로 크게 나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장 관리자로서 정부의 역할 등도 새롭게 평가할 시점입니다.
▦윤창현 명지대 경상대학 경영무역학부 교수= 우리 주식시장이 건전한 자본시장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선진국들과 같이 바이 앤 홀드(매수후 장기보유)를 해야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역할을 부동산이 해왔던 것 같습니다. 부동산의 대체재로서 주식이 의미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차원에서 볼대 일단은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합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변동성이 심하다보니 그동안의 주식시장은 투기적이었습니다.
결국 직접투자를 대체하는 간접투자가 주력이 되도록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또 간접투자가 제 역할을 하려면 제대로 된 상품이 나와야 합니다. 자산운용사, 증권사들의 상품개발에 경쟁력을 가져야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기투자에 서 중장기투자로 연결시켜주는 상품이 나와야 합니다. 이 대안의 하나가 적립식 상품이었습니다. 이제 간접투자의 성과들에 대한 기록들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간접투자상품 시장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외에도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AI(올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ㆍ대안투자)와 부동산 펀드 다양한 상품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원장= 증권산업 전반을 보는 투자자의 시각은 곱지 못합니다.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감독당국의 방안은 있습니까.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기본적으로 증권ㆍ투신사들의 자산운용실력이 부족하고 투신사들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믿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금감위를 비롯한 감독당국이 주력해온 것은 이런 불신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불공정거래를 없애고 회계 투명성을 높見庸?소위 정보의 비대칭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수요기반을 확대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정부의 노력과 함께 상승효과를 얻을 것입니다.
▦박원장= 변동성 애기를 해보죠. 우리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대략 미국주식시장에 비해2배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求? 말그대로 지수 500에서 1,000사이의 터널을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주식투자자들이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자에 주력하고 그러다 보니 주식시장에서 장기의 건전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윤 교수=삼성전자 같은 우량기업들이 많다면 우리 시장의 변동성은 줄어들 수 있고 지수도 1,000의 한계를 넘어 2,000, 3,000까지 비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좋은 물건, 좋은 주식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보입니다.
▦박 원장=양질의 증권공급도 부족하고 시장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단기투자에 주력하고 변동성이 커진다는 말씀이군요.
▦최 대표=맞습니다. 사실 간접투자에서도 3개월정도의 스폿펀드에 지나치게 주력하다보니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증권산업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시장이나 증권산업이에 신뢰성이 부족하니 투자자들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과거 고금리추세에서 주식해서 실패한 사람들이 은행쪽으로 많이 옮겨갔습니다.
게다가 미국기업들은 전체 주가에 의존하기보다는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반면 우리기업의 주가는 지수와 같이 가는 동조화현상이 지나치게 심하다는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윤 교수= 코스피200 등 한꺼번에 묶어서 지수(인덱스)로 보여주다보니 동조화현상이 나타나면서 결국은 종목을 사기보니 시장에서 지수를 사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기업내용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투자자들이 알게 하고 종목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준 인덱스를 여러가지로 나눠서 차별화瞞?합니다. 결국 인덱스는 팬클럽과 같은 것입니다. 여러가지의 차별화된 종목 접근방법으로 인덱스를 개발해 특화된 투자자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윤 국장= 변동성이 큰 것에 비해 시장에 유동성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부 종목의 경우 외국인들이 바이 앤 홀드하다보니 유동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저유동 주식에 대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적 대안들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증권산업은 현재 스스로 살아남지 않으면 안된다는 명제 속에?확실히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사실 지난 12일 콜 금리인하 후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는 등 주식시장의 좋은 계기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 원장= 최근 증권연구원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기관투자자 비중이 큰 나라의 경우 주식변동성이 낮고 우리처럼 기관투자자 비중이 낮은 나라는 변동성이 컸습니다. 변동성이 낮아야 기관이 주식시장에 들어오고 다시 변동성 줄어드는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최 대표=연기금에 관련된 법, 즉 기금관리기본법이 풀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결될지는 회의적입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주식에 대한 위험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몇 번이라고 좋으니 공청회를 거쳐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겠습니다. 국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맹점은 뭐든지 스스로 모든 것을 하려는 습성이 강합니다. 모집 전문가가 있는 반면 운용 전문가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해야 합니다.
▦윤 국장= 당국 입장에서는 여론의 역할도 크다고 봅니다. 반대론자들에게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한 이점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한편 언론도 나서줘야만 '소극적인 균형'이 아니라 '확대되고 발전된 균형'을 이뤄내는 겁니다.
▦최 대표=발상을 바꿔야 합니다. 연기금이 들어와야 증시가 산다는 것이 아니라 연기금이 자체수익을 높이기 위해 증시에 투자하는 모습이어야 정상입니다. 국민의 사적인 재산인 연금을 맡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높여야 할 것 아닙니까.
▦박 원장= 사실 국내 연기금은 부분 적립식이다보니 이미 국공채 투자에 한계가 도달했습니다. 투자대상을 국내에 국한시키지 말고 해외 주식과 채권에도 관심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아직은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식 등은 위험한 투자라는 인식 때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 교수=대표적인 국민연금의 경우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신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연금자체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우선 수급구조를 개선해 신뢰를 얻고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수급구조를 감안해 투자설계를 해야 할 겁입니다.
▦윤 교수=기금 운용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보건복지부가 전담할 것이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중립적인 기구가 맡아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직속의 기구로 만들어서 관련자들의 임기를 5년이상 장기로 해 운용에 대한 권한과 책임의 폭을 넓히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박 원장=최근 증권연구원이 OECD국가의 금융시스템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0대 신성장 동력산업을 비교해본 적 있습니다. 그 결과 금융시스템이 자본시장 중심으로 된 국가들의 성장률이 은행 중심 국가들에 비해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혁신산업, 자본집약산업의 육성과 지원을 위해서는 자본시장이 경쟁력이 있다는 거지요.
▦최 대표= 금융시스템의 중심이 은행 일변도여서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국내 증권업계도 반성할 점은 많습니다.
우선 위험관리능력, 운용능력, 심사평가 능력 등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또 가장 큰 문제점은 마케팅 능력입니다. 이점에 있어서 정부의 지원이 아쉽습니다. 각종 제도적 장치들이 증권사들을 지나치게 홀대하고 있습니다. 묶여 있는 고객예탁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고 은행에 비해 2배이상 높은 예금보험요율도 낮춰주었으면 합니다. .
▦윤 교수= 증권업의 역사가 짧다 보니 대부분 증권사들이 '노선버스'같다는 표현처럼 매매중개(브로커러지)에만 주력해왔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투자은행을 육성해 매매중계에서부터 거래, 인수, 자문업 등 모든 기업금융 전반을 담당하게 해야 합니다.
▦윤 국장=어느 나라고 금융구조의 변혁과정에서 대규모의 진입이 있고 다음에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되는 수순을 밟습니다. 결국 우리 증권업계도 온라인 증권사를 포함해 40여개사가 넘어가면서 이제는 위탁매매 위주의 영업관행으로 살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당국도 증권시장과 은행시장을 같이 놓고 어떻게 청사진을 그려 갈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박 원장=증권상품에 대해 관련법들은 열거주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릿?시장의 변화에 가장 빨라야 할 증권사들이 오히려 뒤쳐지고 있습니다. 유가증권의 법적정의가 나열식에서 포괄실으로 , 증권규제가 포지티브에서 네가티브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윤 국장=고객 예택금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또 유가증권 개념을 당장에 미국식 포괄주의로 가기는 힘들겠지만 중도적인 일본방식, 즉 예시적 열거주의로 옮겨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 대표=미국의 경우 우리의 보험설계사와 같이 일반 영업?할 수 있는 독립 FP(파이낸셜 플래너)를 허용하고 있는데 증권사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인력에 대한 일자리 제공도 가능하고 구조조정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도 제한된 범위내에서 허용해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윤 국장=여러분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본지 창간 44주년 기획시리즈인 ‘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가 독자 여러분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3부까지 국내 시장 진단 및 해법들을 모색해왔습니다. 이어 해외시장의 선진사례를 집중 탐사해보는 제4부(해외시장서 배운다)는 지면사정에 따라 다음달 중순께부터 연재할 계획입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정리=온종훈기자 jhohn@sed.co.kr
입력시간 : 2004-08-26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