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삼성차 5대쟁점 총점검

삼성자동차 처리문제가 정치논리에 밀려 좌초하면서 파문이 확산 되고 있다. 법정관리라는 묘수로 해결을 시도했던 삼성자동차 빅딜은 최근 삼성생명의 상장문제가 정부의 제지를 받으면서 불투명해졌다. 이런 가운데 부산공장의 가동, 대우인수 방안,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사재출연 방안 등 새로운 안이 제시되면서 삼성자동차 문제는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공장 가동=정치논리에 휘말려 진퇴양난에 빠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초 법정관리를 전제로 부산공장의 계속 가동방침을 밝혔다. 여기에는 부산지역 민심 등을 고려한 정치적인 배려가 깔려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의 공급과잉, 법정관리에 따라 채권단이 감수해야할 출혈 등을 감안할 경우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경제논리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공급과잉 상태인 국내시장 상황에서 SM5를 계속 생산하는 것도 무리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우인수 또는 대우의 부평공장 일부 부산이전 등의 차선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역시 해당지역 반발등이 예상돼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 대우인수=현재 가장 유력한 방법은 대우의 삼성차 인수. 하지만 여기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자산가치 1조원에 달한다는 삼성측의 주장을 감안할 경우 대우가 부산공장을 인수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대우로서는 무리라는 것이 중론. 또 정부가 대우에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특혜시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대우의 인수방안은 삼성이 부채처리나 협력업체 지원등의 문제를 해결한 후에나 가능한 방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대해 대우측은 『생산할 수록 손해가 나는 공장을 인수하라는 것은 어거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이건희회장의 사재 추가출연=정부는 삼성생명 상장이 어렵게 되자 삼성측에 대해 이건희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을 삼성이 인수하고 부족분에 대해서는 이회장이 사재를 추가출연토록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측은 이회장이 추가 출연할 경우 그룹 경영권 유지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삼성은 이에 대응해 수원 가전공장 일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부산지역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렇게 되자 삼성은 부산지역 민심이 그룹 전체에 대해 적대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서라면 이 회장의 추가 출연도 검토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삼성은 현재 그룹 최고경영자들이 모여 이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 삼성생명 상장= 삼성생명 상장 허용은 삼성자동차 문제를 푸는 유일한 실마리로 제시됐지만, 정부가 여론의 반발에 밀려 당분간 유보키로 결정함에 따라 수면 아래로 잠기게 됐다. 이에 따라 단순 해법으로 제시됐던 「이건희(李健熙) 회장 삼성생명 주식 출연→삼성생명 상장→주식매각→삼성자동차 부채해소」방안이 하루아침에 고차원 방정식으로 둔갑하면서 정답을 찾기 힘들어지게 됐다. 게다가 정부는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이에 따른 자본이익을 최대한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한 뒤에야 기업공개를 허용해주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삼성이 지난 90년 상장을 위한 자산평가를 통해 얻은 이익 3,000억원 상당을 정부 지침에 따라 계약자배당 및 공익사업 출연 등을 통해 집행을 끝낸 만큼, 정부가 추가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납득시킬만한 뾰족한 대책을 개발하지 못하는 이상, 삼성생명 상장은 쉽사리 결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 계열사를 통한 주식매입= 삼성생명 상장이 유보되자, 채권단 일각에서는 『삼성이 계열사를 통해 주당 70만원에 되사가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30대 그룹 계열사의 상호출자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주식을 갖고 있는 해당 계열사들은 삼성생명 주식을 살 수 없다. 삼성생명은 35조원의 자산을 바탕으로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증권, 삼성중공업, 호텔신라에 이르기까지 20개 주요 회사의 주식 5,600만여주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에버랜드나 삼성캐피탈 등은 삼성생명 지분을 매입할 수 있지만, 자금여력이 별로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 설사 공정위가 삼성 계열사들의 생명지분 매입을 허용해주더라도 상장회사들은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형편이다. /민병호 기자 BHMIN@SED.CO.KR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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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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