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베이징호텔의 인터넷

올해 봄 중국에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발생해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되다시피 할 때는 중국의 경제가 매우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와서 보니 중국은 올해도 9%에 가까운 고도성장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세계경제의 회복세 속에서도 2%대의 낮은 성장으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부러워할 만한 경제성과가 아닐 수 없다. 주중대사가 쓴 책에서 중국을 `떠오르는 용`에 비유했는데 최근 중국의 언론은 이 용의 활발한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다. 영문 `차이나데일리`는 1면 머리기사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경기장 중 네 곳의 착공식이 곧 있을 것임을 자랑스럽게 싣고 있으며 2010년 박람회를 준비하는 상하이도 항만을 부산항보다 크게 짓고 도로를 넓히고 건물들을 새로 짓고 있다. 우리는 두 가지의 상반된 입장을 갖고 중국의 성장을 바라보게 된다. 먼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설 땅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다. 중국이 식량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때 우리는 아시아의 4소룡의 하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중국으로부터의 경쟁이 큰 압박으로 작용하기까지 발전한 것이다. 중국은 세계 6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400대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으며 많은 한국 기업들이 경쟁압력을 못 이겨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가전제품ㆍ자동차ㆍ철강 등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제조업도 그 격차는 불과 5년 남짓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13억 인구의 중국이 우리에게 큰 시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만 한다. 중국은 올해 전세계에서 세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제일 많은 수입을 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발전을 지탱해왔던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주춤하고 있는데 중국에 대한 수출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제1의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라 앞으로도 중국의 상품과 서비스시장 개방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여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의 잠재력은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생산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국유기업은 적자가 누적돼 있고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막대한 부실을 안고 있는데 회계제도가 불투명해 그 실체를 파악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가 근본적으로 기업과 은행의 부실에서 온 것임에 비춰 더 큰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에도 필연적으로 충격이 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한 낙후된 중서부 지역의 개발도 과제이며 시장경제가 진행됨에 따라 빈부격차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샤오황디(小皇帝)`라는 말이 있다. 지난 70년대 이후 자녀를 하나씩만 낳도록 한 국가시책 때문에 황제같이 떠받들며 자란 아이들을 지칭하는데 이 아이들이 성장해 21세기의 중국을 꾸려나가게 됐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유동적인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빈부격차와 같은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이 샤오황디 세대에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향후 중국의 발전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톈안먼(天安門) 광장 옆 베이징호텔 방에서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중국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이 호텔의 인터넷은 기가 막히도록 느려 자료라도 검색하려고 하면 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중국이 중관춘(中關村)을 만들면서까지 정보기술(IT)산업을 육성해 최근 5년간 30%의 성장을 이룩했지만 초등학생까지도 널리 고속망을 쓰고 있는 한국의 인프라에 견주기는 아직 어렵다는 느낌이다. 중국 사람들이 제일 갖고 싶어하는 휴대폰 모델은 한국 제품이다. 한류로 불리는 한국의 영화, TV 연속극, 대중가요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높다. 우월감을 가질 필요도 없지만 중국의 경제발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결코 없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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