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생긴 이래 시장 참여자들이 지속적으로 해오는 거짓말이 있다. ‘지금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라는 말이다. 최근에 벌어진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및 금융시장 불안을 놓고 지난해 9월 이전에만 해도 금융시장 발달로 이번은 다르다는 논리가 대세를 이뤘으나 연말 이후에는 1930년 대공황을 거론하며 이번만은 다르다는 비관론이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가는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이후 금융기관의 대규모 손실 및 이로 인한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측과 중국ㆍ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세계경제 편입 이후 지속되는 물가압력 및 탄탄한 성장전망을 중시하는 측 모두 팽팽한 논리 대결을 지속하고 있다.
유례가 없는 혼란스러운 경제환경으로 인해 연초 이후 한국 채권시장 또한 1~2월에 펼쳐진 급격한 금리하락 및 스프레드 축소 과정을 거친 후 3월부터는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주로 금리인하 기대감)과 통화정책 당국의 코멘트의 조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3월에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채권시장은 통화정책의 변화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혹은 기대)했으나 통화정책 당국은 국내외 경기에 대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피력하고 물가불안을 언급해 채권금리는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과 물가에 대해 완화된 발언으로 채권시장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우며 시장금리를 다시 한번 정책금리 수준 이하로 하락했다. 다시 맞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금리동결과 물가불안이 전월에 비해 강화된 코멘트로 한국의 채권금리는 지난 3월과 같이 큰 폭으로 금리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통화정책 당국과 채권시장과의 엇박자는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통화정책당국과 시장(특히 채권시장)과의 교감이 올해 들어서 이전에 비해 약해진 점은 우려가 되나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통화당국이 제시한 환율과 유가라는 공통된 변수를 채권시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스러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