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0%대 성장에서 벗어난 것은 새 정부의 발 빠른 추가경정예산 편성, 우여곡절 끝이나마 관철된 기준금리 인하가 미약한 경기회복세에 탄력을 붙였기 때문이다. 실제 전기 대비 2ㆍ4분기 성장률(1.1%) 가운데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0.4%포인트로 성장률을 1%대로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추경 효과가 더 커지는 하반기에는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더 뚜렷해지면서 '상저하고'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ㆍ4분기 성장률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한번 신임을 확인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현 경제팀의 어깨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불확실한 대외환경, 성장과 체감경기 간 괴리현상 등은 숙제이자 불안 요인이다.
◇3수 끝에 '상저하고' 이룰까=한국 경제는 2011년과 2012년 '상저하고'를 예상했다 '상고하저'의 경기흐름을 경험했다. 하지만 한은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하반기 경제성장이 상반기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상반기 성장률은 1.9%. 정영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상반기에 0.3%포인트였는데 하반기에는 배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상저하고'의 흐름에 진입한 것으로 봐도 된다는 뜻이다.
정부의 부양책이 아니더라도 경기는 바닥을 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는 1ㆍ4분기(4.4%)에 이어 2ㆍ4분기(3.3%)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갔고 민간소비는 1ㆍ4분기 만에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0.7% 감소해 전 분기(2.6%)보다 부진했지만 정 국장은 "설비투자가 상반기에는 미진했는데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민간연구소들은 대부분 2ㆍ4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를 기점으로 성장률 수정전망 작업에 들어가는데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도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 성장률이 좋게 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2ㆍ4분기 GDP를 확인한 전망기관들이 성장률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여건 불안…체감경기도 더디게 회복=하지만 경기회복세가 완연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은의 지난 11일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은이 예상하는 3ㆍ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1%, 4ㆍ4분기 성장률은 1%로 완만한 곡선이다. 잠재성장률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출구전략, 일본의 아베노믹스, 중국의 경기둔화 등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 만한 메가급 변수들이 대기 중이기도 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부문장은 "일본 엔저와 중국 저성장에 따른 불안요인만 없으면 시원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소소의 수출대기업에 의존하다 보니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성장률 지표간 괴리감이 잘 좁혀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신 부문장은 "지표상으로는 기저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체감경기가 좋아지기는 어렵다"며 "체감경기는 올 하반기를 지나 내년에나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