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박영훈이 보여준 것

제11보(201∼233)



한때는 기분만 조금 나빠도 돌을 던져 버릴 때가 많았던 이세돌이었다. 그러나 결혼 이후로 그런 버릇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악착스러움이 생겼다. 게다가 끝내기에서 역전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생겼다. 오늘도 이세돌은 끝까지 강인하게 버티었다. 그러나 컴퓨터 같은 박영훈의 끝내기 솜씨는 끝까지 정확하고 냉철했다. 검토진들은 끝내기 과정을 별로 유심히 살피지 않았다. 박영훈의 승리를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영훈이 큰일을 해내는군. 2연패 이후에 3연승이라니. 정말 드라마틱하군."(양재호) "게다가 바둑 내용이 모두 좋았어요. 곧 벌어질 삼성화재배 결승도 볼만할 겁니다."(윤성현) "세돌이를 위해서도 이번 패배는 유익했다고 봐요. 누군가가 이렇게 한번씩 물을 먹여야 세돌이가 기고만장해지지 않을 테니까."(양재호) "오늘 바둑은 박영훈이 이기는 게 마땅해. 멋진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거든."(서봉수) 박영훈이 보여 준 첫 번째 멋진(?) 모습은 참고도1의 흑4였다. 얼핏 떠오르지 않는 우형의 좋은 수. 여기서 행마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중반에 다시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참고도2의 백1을 외면하고 흑2로 힘차게 솟아오른 후에 백3의 위협을 외면하고 흑4 이하 12로 변신한 것. 이 도마뱀의 꼬리떼어주기 작전이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였다.(33…30의 왼쪽) 233수이하줄임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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