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안포 포격 이후 연평도 여객선 운항이 재개된 2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은 귀대하려는 해병대원ㆍ해경들과 연평도에 피난 나온 주민들, 취재진이 일시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8시50분 백령도행 마린브릿지호를 타려는 250여명의 해병대원 모습은 휴가 뒤 복귀하는 여느 병사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고 귀대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휘관의 지시에 맞춰 열과 오를 지어 앉은 채 승선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에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해병대원 아들을 배웅하러 나온 한 어머니는 "북한이 또 해안포를 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 같아 뭐라 말을 못하겠다"며 안타까운 눈물을 지었다.
백령도에서 근무한다는 한 해경은 "휴가 도중에 귀대 명령을 받고 지금 들어가는 중"이라며 "남들처럼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국민된 의무를 저버릴 수는 없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같은 배로 백령도에 들어가는 민간인들은 저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크다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백령도에 산다는 한 주민은 "우리 군인들이 서해에서 미군과 합동훈련을 한다는데 북한이 이를빌미로 또다시 해안포 공격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생업 때문에 할 수 없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이곳에서 도저히 못 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오전10시20분에는 민간인 사망자 김치백(61)씨의 매제인 황동주(59)씨 등 유가족이 인천 관공선 부두에서 옹진군 어업지도선을 타고 연평도로 출발했다.
황씨는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유품을 찾기 위해 연평도를 간다"며 "처남은 가정적이고 착실한 사람이었고 자녀들에게도 매우 자상한 아버지였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원 322명의 연평도행 여객선 코리아익스프레스호가 낮12시30분 출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안여객터미널은 출항 2시간여 전부터 승선권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 여객선 탑승자는 대부분 연평도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연평도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급하게 나오느라 챙기지 못한 옷가지 등 생필품을 가져오거나 채 그대로 두고 온 그물 등 생업 도구들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연평도에서 4년째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훈식(55)씨는 "급히 나오느라 여관의 전깃불도 켜놓고 왔다"며 "포격 이후 섬에 들어가는 복구팀에게 여관에서 머물면 된다고 얘기했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가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워낙 급하게 나와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을 가지고 나오려고 한다"며 "태어난 후 연평도를 떠난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육지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다"고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한편 인천시 옹진군청 상황실도 이날 하루 종일 분주했다. 옹진군은 북한군의 포격 직후 최현모 부군수를 실장으로 하는 비상상황실을 꾸려 38명의 직원이 3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비상대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연평도 복구 대책의 창구 역할을 하는 이곳 비상상황실의 한 직원은 "연평도 주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말을 할 겨를도 없다"며 "주민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인천~연평도, 인천~백령도를 비롯해 인천과 섬지역을 오가는 12개 항로, 14척의 여객선이 정상 운항했다.
운항관리실의 한 관계자는 "해군 함정이 여객선을 호송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여객선 운항을 재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