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이날 발표한 `큰 손`들의 투기형태를 보면 대형화ㆍ지능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 9월부터 강남지역 재건축이나 주상복합아파트, 시가 6억원 이상의 고가아파트 매입자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였는데 조사 결과 펀드형태로 자금을 조성해 아파트를 매점매석한 전문투기세력들이 소문이 아닌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현재까지 이들로부터 모두 303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나 최종 조사과정에서 탈루세금 및 세금추징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0여억원의 펀드로 강남아파트 매집=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한모씨(50)는 부동산컨설팅 등 3개의 부동산업체를 운영하며 건설사 대표 한모씨(67) 등 전주(錢主)를 끌어들여 200억~300억원의 자금을 펀드형태로 운영해 투기를 일삼았다. 이들이 보유한 강남 아파트는 96건에 222억원으로, 이들은 아파트를 매집한 후 시세를 관리해가며 처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가격이 오르면 한꺼번에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곶감 빼먹듯`한 채씩 팔아 시세를 조종하는 수법으로 매매차익을 극대화했다. 이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이런 방식으로 매매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지만 양도차익을 아예 신고하지도 않아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다.
◇가격상승기대로 아파트를 증여수단으로 활용=대학교수인 나모씨(38)는 연간 소득은 6,000만원이지만 지난 99년말 용산구 이촌동에 32평형 아파트(시가 3억7,000만원)를 사들인 데 이어 올 5월에는 압구정동 소재 54평형(시가 9억원) 아파트를 매입했다. 국세청이 취득자금 내역을 보니 나씨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부모와 처가에서 8억원을 증여받고서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아파트가 증여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철민 조사3과장은 “아파트를 취득한 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냈다면 자금출처조사를 할 수는 없다”며 “증여세도 한 푼 내지 않으면서 가격상승을 노리고 아파트를 증여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엄중히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분양현장 노린 원정투기=지난 6월말부터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자 불법 분양권 매매는 전매가 가능한 지방으로 확산됐다. 원정투기단은 서울ㆍ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의 1순위 청약통장을 개당 수백만원에 매입한 후 지방에 위장전입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이른바 `점프통장`을 이용했다. 국세청 조사 결과 점프통장으로 대구 등 지방아파트 청약에서 당첨된 분양권을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하는 행위가 드러났다. 실제로 대구에서 새로 분양된 모 아파트의 경우 13명의 당첨자가 실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주민등록만 전입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국세청은 건설교통부에 이들의 당첨을 취소토록 요청하는 한편 점프통장 매집자에 대한 자금조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문재기자 timoi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