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과기간 깜깜이 부담금 걸러내야

정부가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를 열고 건설교통·환경 분야의 부담금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경유차량 운전자 등에게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비롯한 5개 부담금이 폐지되고 대신 저탄소차협력금과 폐기물처분부담금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이번 방안은 정부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부담금운용평가단을 통해 해마다 전체 부담금의 3분의1씩 평가해 존치 여부를 심의한 결과다.


경유차량 운전자의 불만을 사온 환경개선부담금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전향적이고 바람직한 조치로 평가된다. 기술개발로 환경오염을 덜 일으키는데도 경유차량 운전자라는 이유만으로 연간 10만~80만원의 가욋돈을 부담시킨 것은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건설교통 분야에서 폐지되는 부담금 역시 부과의 정당성이 낮거나(재건축부담금), 징수실적이 미미해(시설부담금) 진작부터 없애거나 통폐합했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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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신설되는 부담금이다. 저탄소차협력금과 폐지물처분부담금은 부과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떠나 기본적으로 부담금관리기본법상 일몰조항과 어긋난다. 부담금정비계획의 일환으로 제정된 기본법은 신설·확대되는 부담금의 부과기간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기오염 방지와 자원재생 촉진의 정책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이라면 국민과 기업의 준조세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과거부터 시행해온 부담금에 대해 뒤늦게 일몰제를 소급 시행할 수 없다지만 신설되는 부담금은 기본법상의 조항을 엄격히 적용해야 마땅하다.

부담금은 공익사업 재원마련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부과근거가 마련되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데다 국민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게 그 동안 문제로 지적돼왔다. 요율 같은 세부 시행방안도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일몰규정이 없는 '깜깜이' 부담금 신설은 심의위원회에서 아예 통과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기본법상 강제 조항으로 바꿔야 옳다. 유명무실한 법 조항을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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