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더 급한 곳

제5보(61~80)


예전에 노국수들이 바둑의 착점을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라고 하면서 말씀하시던 것이 있다. “대소선후(大小先後)와 완급경중(緩急輕重)을 알면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바둑판 속의 이치이자 동시에 세상을 사는 지혜이기도 하다. 바둑이라는 게임이 큰 자리를 교대로 점령해 나가는 것인즉 대소를 판별하는 것은 기본이 된다. 그런데 큰 자리라고 해서 무조건 달려가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자리가 없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선적인 곳보다도 먼저 처리해야 하는 곳이 화급한 자리인 것이다. 화급한 자리가 둘 이상인 경우에는 그 경중을 비교하라는 것이 최종적인 가르침이다. 사토루의 백64는 이른바 화급한 곳에 해당한다. 크기로 보거나 최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자리로 보자면 상변이다. 참고도1의 백1, 3으로 웅장한 진용을 갖추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지금은 상변이 정답은 아니다. 흑4를 당하고 나면 우하귀의 백이 졸지에 곤마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62로 하나 꼬부려 두는 것이 절대수가 되는 것이다. 결국 상변의 흑63은 장쉬의 권리가 되었다. 이것으로 완연한 흑의 호조였는데…. 그 직후에 등장한 흑67이 완착이어서 흑은 확실하게 백을 따돌릴 찬스를 놓치고 만다. 지금은 더 급한 곳이 상변이었던 것이다. 참고도2의 흑1, 3으로 안정을 취했으면 흑이 일방적으로 유망한 바둑이었다. 실전은 68, 70으로 습격을 받아 흑대마가 다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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