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핵사태와 SK글로벌 문제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자 은행들이 올해 이익목표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오히려 지난해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막바지에 이른 은행 구조조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위험신호를 보이고 실물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각 은행들이 연초 계획했던 순익 목표치의 하향조정을 잇따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국민은행이 2조5,000억~3조원의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기악화로 인해 순익이 10% 안팎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1조500억원의 순익목표를 세운 우리은행도 순익목표를 낮출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까지는 지난해 영업분의 이월 등으로 목표액을 맞출 수 있지만 현재 경기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 이후에는 영업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은행도 올 초 약 3,200억원 정도로 설정했던 순익을 대외여건 악화로 인해 지난해 순익 2,604억원 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재조정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목표를 지난해 순익 2,604억원보다 15~20%정도 늘어날 것으로 잡았지만 SK글로벌 문제 등 대외여건의 악화로 목표를 낮춰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SK글로벌에 대규모 채권을 가지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SK글로벌의 은행 공동관리 실시와 함께 대출금의 20%에 이르는 충당금을 더 쌓아야해 순익감소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채권 은행인 하나은행의 경우 5,100억원의 대출금을 가지고 있어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각각 1,000억원과 8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5%를 가정하고 순익목표를 세웠는데 최근 경제성장률이 1%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 까지 생각해봤을 때 오히려 지난해 보다 실적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