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허덕여 온 미국의 지방 정부들이 새로운 수입원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중국 기업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부추기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지방정부들이 중국 기업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일리노이 주의 락포드 시는 최근 중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전문가 두 명을 새로 고용했으며, 메릴랜드 주는 '인터내셔널 인큐베이터'라는 이름의 하이테크 기업단지를 세워 중국 기업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 투자유치 사무소 개설과 시찰단 초빙 등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 세워진 미국의 투자유치 사무소는 30개로 이미 일본(26개)과 멕시코(20개)를 앞지른 상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메릴랜드 주에 투자신청서를 낸 해외기업 11곳 중 7곳은 중국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주에는 중국기업의 간장공장 등이 설립돼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텍사스에도 다수의 중국 통신장비 제조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중국 기업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보유 외환이 넘치는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해외투자 관련 규제를 적극으로 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만만디(慢慢的ㆍ천천히)'로 악명이 높은 중국 기업들의 느릿느릿한 태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직 해외 투자 경험이 적은 중국 기업들로서는 현지 시찰 등에 많은 시간을 들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초기에 적은 돈만 투자해 대미 투자의 장래성을 검토하는 등 조심성도 많다는 평가다.
미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 2008년 12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 2002년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의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0.05%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의 해외투자가 지난 2007년 265억달러에서 2008년 559억달러로 100% 이상 늘었다는 점이 미국 지방정부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