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12일] 인심 후한 KB금융 이사회 자체 평가

"긴급 이사회 안건이 뭔지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직에서 사퇴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 한 사외이사가 한 말이다. 그는 "나 같은 비주류와는 제대로 상의조차 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회장 내정자의 사퇴 같은 중요한 문제도 의사소통이 원만하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KB금융 이사회의 자체 평가는 전혀 딴판이다. KB금융이 최근 공시한 '2009년도 이사회 활동 자체 평가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사회 활동의 평가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7.0점이다. 이 평가는 사외이사들을 포함해 이사들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 보고서는 '자유로운 토의 분위기 보장'이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집행부에 대한 견제 및 감시역할' '경영진에 대한 공정한 평가 보상' 등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KB금융 이사진에 대한 외부 시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12월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전 사외이사 연임규정을 바꾼 경위, 지주회장 후보자에게 자회사의 인사권을 요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비리혐의를 포착하고 확인 작업에 나선 바 있다. 일부 사외이사는 전산 시스템 구축 등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KB지주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은행장과 유착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지나치게 권력화해 부적절한 권한을 행사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집행부에 대한 견제를 다했다고 말하면 누가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물론 자신의 몫을 다하고 KB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사외이사들도 있다. 지난 2008년의 평균점수 7.9점에서 조금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수 사외이사들은 권력화해 이사회를 좌지우지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성과를 앞세우기보다는 여론의 비판을 다시 한번 곱씹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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