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

申 正 燮 (사회부 차장)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19일부터 3박4일간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영국왕으로는 첫 방한이란 것도 의미있지만 그의 방문내용이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는 한국을 방문했던 많은 국가원수들과 전혀 다른 곳을 찾는다. 바로 우리의 전통문화와 조상들 삶의 체취가 숨쉬는 서울 인사동과 경북안동 하회마을 등지의 방문이 그것이다. 여왕의 방한에는 세계의 보도진 수백명이 동행한다. 이들에게 우리 전통문화의 진수를 보여줘야 한다. 현대적 치장이나 돈자랑 식의 어떤 꾸밈도 필요없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그것이 한국문화가 중국이나 일본 보다 못하지 않느냐는 외국인들의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일거에 깨뜨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왕이 방문할 서울의 인사동은 한복과 도자기, 고서화는 물론 화랑이 몰려 있는 문화의 핵심지다. 하회마을 역시 옛서당과 고가옥, 하회탈의 전통놀이가 재연되고 있는 국내 최대의 문화유적지다. 여왕이 찾을 만한 이런 지역이 전국에 더 없다는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미 여왕이 다녀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지난달부터 인사동과 하회마을에는 예년의 5배 정도나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하회마을에는 평일이나 주말에 관계없이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붐벼 「하회별신굿 탈놀이」 공연은 매회 수용규모를 훨씬 넘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네만의 민속과 전통행사가 세계적인 문화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여왕의 인사동 방문을 통해 수도 서울이 고층빌딩과 차량으로만 가득찬 곳이 아닌 전통문화가 살아숨쉬는 곳임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가득차 있다. 여왕은 인사동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필방·도자기점·한복집을 들를 것이기 때문이다. 관할 종로구청(구청장 정홍진)과 주민을 대표한 인사전통문화보존회(회장 이호재)가 당초 여러가지 행사를 기획했으나 인사동을 『있는 그대로 보겠다』는 여왕의 뜻에 따라 환경정비 정도만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위적인 꾸밈을 생략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방한 사흘째 여왕은 하회마을을 찾는다. 특히 하회마을 방문기간중 생일을 맞는 여왕을 위해 이곳에서는 생일상차림을 준비중이다. 회갑·칠순잔치에서나 볼 수 있는 교자상에 과일·떡·전 등 전통음식으로 푸짐하게 차릴 계획이라고 한다. 격식과 예의를 존중하는 영국 여왕에게 우리식 상차림 준비로 「격식」을 차리고, 정성스런 향토음식으로써 「예(禮)」를 갖춘다면 우리의 전통예절과 후덕한 인심을 한껏 자랑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여왕의 방문을 통해 바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바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따라서 당국은 이제 더 이상 전통문화의 진흥을 정책의 뒷켠으로 제쳐둬선 안된다. 이를 제대로 가꾸고 오늘에 되살려 전세계에 알리는 것을 문화진흥과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또 「권위의 상징」인 영국여왕의 한국 전통문화 답사를 그저 단순한 한차례의 순방행사로 그치게 해서는 안된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세일즈」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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