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자산운용,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 자산운용 업계로서는 2005년이 참으로 의미 깊은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가장 뜻 깊은 일은 지난 99년 대우채 사태와 이어진 SK글로벌, 카드채 사태 등을 거치면서 펀드시장을 떠났던 많은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250조원 이상의 수탁고를 기록했던 99년에는 못 미치지만 펀드 수탁고는 올 상반기 중 거의 5년 반 만에 200조원을 회복했고 현재도 꾸준히 200조원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반가운 것은 우리 펀드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왔던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채권형 펀드 등 단기상품 위주의 수탁고 구조가 주식형 펀드 등 장기상품 위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교육·보호 시급한 과제 주식형 펀드는 12월7일 이후 23조원을 넘어서서 전체 수탁고 가운데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주식형 펀드의 증가세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적립식 투자에 의해 뒷받침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본다. 우리 협회가 집계하는 적립식 펀드 투자 규모는 10월 말 기준으로 11조6,090억원에 달하고 적립식 계좌 수도 471만계좌에 이른다. 적립식 계좌의 비중은 이미 전체 펀드 계좌(873만개)의 절반을 넘는다. 적립식 투자는 매월 10만~20만원의 소액을 장기에 걸쳐 투자하는 것으로 우리 펀드시장에 팽배했던 그간의 단기투자문화가 장기투자로 바람직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적립식 계좌의 비중이 전체 펀드 계좌 가운데 절반을 넘어선 것은 적립식 투자 방식이 우리 펀드투자문화에서 이미 주류 투자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12월부터 시작된 퇴직연금제도의 시행 역시 선진국의 예를 볼 때 장기적으로는 자산운용산업에 커다란 기회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와 자본시장의 급속한 변화 속도를 감안할 때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예금이나 직접투자라는 위험을 직접 안는 투자 방식을 택하는 층은 극히 소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78년에 기업연금제도(401k)를 도입한 미국도 80년대 이후 저금리 기조와 90년대 주식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퇴직연금의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졌다. 저금리가 기조화 된 미국에서는 은행상품ㆍ보험상품만으로는 효율적인 노후 설계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펀드가 주축이 된 퇴직연금의 확대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6월 자산운용업의 발전을 위한 자산운용규제완화방안을 발표하고 제도적 개선을 추진 중이다. 주된 내용은 자산운용회사의 전문화와 대형화, 자산운용 및 영업의 자율성 확대, 펀드 판매 채널의 확대 등으로 동북아 금융 허브의 주축산업이 될 자산운용업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입법예고된 자산운용업법 시행령 시행규칙은 일차적으로 보험설계사의 판매 권유 허용을 담고 있다. 금융에서도 제조(펀드 운용)와 유통(펀드 판매)이 분리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펀드 판매 채널은 앞으로 펀드슈퍼마켓이나 일반 유통 업체 등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펀드 판매 채널이 다양해질수록 판매 직원의 전문성은 한층 더 요구되고 투자자 교육과 투자자 보호 문제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운용의 투명성·경쟁력 높여야 오는 2006년에는 자본시장을 통합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본격화함으로써 자산운용산업과 펀드시장은 더욱 커다란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우리 업계는 다양한 판매 채널 구축과 운용의 투명성, 투자자가 원하는 상품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금융선진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자의 의식 변화 및 고령화, 저금리 추세를 반영해 펀드의 대중화는 앞으로 더욱 확대되는 한편 시장도 외형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한층 더 발전할 것으로 본다. 우리 자산운용산업은 모처럼 다시 찾은 투자자의 신뢰가 헛되지 않도록 운용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더욱 높여 동북아 금융 허브의 중심산업으로 우뚝 서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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