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0일] 철새 매니저들의 모럴해저드


“안정된 지배구조에서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수 있듯이 펀드 수익률도 펀드매니저의 일관성 있는 운용으로 결정됩니다. 저희는 펀드매니저 교체를 최소화하겠습니다.” 최근 금융투자업 본인가를 받고 새롭게 출범한 한 자산운용사의 신임 대표이사는 “운용역 교체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펀드매니저가 오랜 기간 일관성 있게 펀드를 운용해야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올들어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선 1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2~3년간 계속된 펀드 환매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반성의 움직임이 일고있다. 올해 펀드 수수료 인하가 있었고 펀드 관련 공시가 보강되면서 펀드 투자자의 주권도 강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반성과 변화의 분위기에 펀드매니저들만은 동참하고 있지 않은 듯 하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개별펀드의 운용전문인력 교체 공시는 연초부터 이달 9일까지 총 4,298건(신규 및 말소 포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55개 운용사 소속 매니저들의 평균 근무기간은 3년9개월에 불과한데다 첫 설정 후 운용역 교체 없이 운용되고 있는 펀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달 한 운용사에서만 3명의 책임 운용역이 퇴사ㆍ이직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성과급 지급 시즌도 아닌데 이 같은 이직 러시가 이뤄진 데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에게는 이직 시즌이 따로 없다. 돈만 많이 주면 옮기는 이들이 그들인데 무슨 말이 필요하냐”며 허탈해 했다. 자문형 랩 등 펀드의 위상을 위협하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펀드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업계가 골몰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펀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자들에게는 장기 투자를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좋은 조건 앞에서 운용자로서의 책임감은 저버리는 모습은 투자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준다. 운용자가 빈번하게 바뀌는 펀드의 수익률이 좋을리가 없다. 또 펀드매니저들의 잦은 교체로 투자자들은 운용의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되면서 운용사는 신뢰를 잃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2011년 펀드의 부활을 위해 펀드매니저들부터 자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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