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유가시대…감춰진 2%를 찾아라] <4·끝> 정책지원이 또 다른 열쇠

'한건주의' 행정규제부터 없애야<br>정부차원 환경잣대 통일…예측가능한 정책 시행을<br>해외자원개발 지원 확대…유류세는 대폭 인하해야





“이중, 삼중의 환경규제도 문제지만 갑자기 튀어나오는 예측불가능한 행정조치는 기업에게 큰 부담입니다”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연료품질등급제를 두고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환경부가 등급제를 발표한 날은 지난해 10월27일. 이날 환경부는 이날 올 1월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판매되는 휘발유ㆍ경유 등에 친환경성 정도에 따라 5단계의 별등급이 매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이미 산업자원부의 지시에 따라 2,000억~3,000억원의 돈을 들여 친환경 휘발유와 경유 설비투자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2006년부터 자동차연료의 황 함유량을 30PPM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문제는 산자부와 환경부의 환경기준 잣대가 각각 달라 정유사들이 뒤늦게 발표한 환경부 품질기준에 바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산자부 기준에 맞춰 설비투자를 마무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제시한 새로운 품질기준에 맞는 설비투자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혀를 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기준보다 높다”,“정유업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 “그런 연료등급제를 한다고 하면 정유사들이 바로 그에 맞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줄 알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최소 1년전부터 설계와 자금 등 설비투자계획을 세워야 하는데도 정부는 그저 ‘생색내기’ 규제부터 던지고 본다는 지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가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선진국 수준을 훨씬 넘어선 환경규제는 물론 과도한 유류세금, 미흡한 정부지원 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부 주도로 정유산업이 태동한 탓에 아직도 ‘관치경제’의 관성이 업계 전반에 뿌리깊게 남아 있다며 이를 혁파해 나가는 행정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관료주의 폐해의 전형이 바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바이오디젤 사업이다. ◇한건주의에 멍드는 정유업계=정부는 2011년까지 석유대체 연료 사용량을 5%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가장 손쉬우면서도 즉각적인 대체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식물성 기름, 소위 바이오디젤이다. 수소전지, 연료전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적이고 재생해 쓸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은 현재 상용화의 벽에 부딪혀 있다. 따라서 당장 쓸 수 있는 대체연료로 콩기름이나 폐식용유 만한게 없는 상황이다. 식물성 기름을 활용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를 대체한다는 정책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을 펴면서 정부가 ‘자발적 협약’이라는 형식을 빌어 바이오디젤 사업의 모든 책임을 정유사들에게 교묘하게 떠넘기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에 바이오디젤을 넣은 차량들의 엔진이 얼어붙고 유통과정에서 탈법이 빈발하자 정부가 정유사들에게 관리책임을 떠넘긴게 자발적 협약”이라며 “정유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섰으니 이후 생기는 모든 품질, 유통 문제는 정유사가 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대해 정유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라리 정유사들이 직접 식물성기름을 공급하게 하면 품질이나 수급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정유사는 물론 대기업들의 바이오디젤 시장 참여조차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금은 높고 지원은 줄고=높은 유류세 역시 정유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자동차용 휘발유나 경유에 붙는 세금 비율은 소비자가의 60%에 달한다. 손쉽게 세금을 거둘 수 있다 보니 정부는 유가가 아무리 뛰어도 세금을 깎아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석유에서 벌어들인 유류세가 석유산업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는 데 대해서는 업계의 불신감이 팽배하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올해 연말이면 교통세가 폐지되고 일반세로 바뀐다”며 “석유에서 벌어들이는 세금은 관련 산업에 재투자돼야 하는데 일반세로 바뀌면 에너지 관련업에 재투자된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각국이 석유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걷은 유류세를 해외 자원개발에 대폭 지원하는게 맞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 석유자원을 많이 확보할수록 국가경제는 물론 일반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오히려 해외자원 개발부문에서 정부지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답답해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 뿐만 아니라 석유개발에 나서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늘어난 기업수 만큼 성공불융자의 전체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불 융자란 리스크가 높은 유전개발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성공시에만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와함께 정유업계는 안정적인 원유 도입을 위한 전문인력과 시장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고급인력 양성에도 정부가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산업은 세계 원유가격, 각국의 제품별 수급상황, 정부정책, 관련사업의 이해관계, 환경문제 등 복잡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며 “전문인력의 맨파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